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향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무책임의 극치” “주장과 투쟁만이 전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운동 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등은 한국노총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집단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주영 위원장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 대회사에서 “노동계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 조직화 경쟁이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더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73년 동안 지켜온 제1노총의 지위가 자칫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고 대의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어 경쟁자인 민주노총에 견제구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표방하는 노동조합 운동은 주장과 요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운동”이라며 “탄력근로제 합의는 바로 이러한 책임감 속에서 나온 결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일부에서는 이 결과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폄훼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의 극치”라며 “주쟁과 투쟁만이 전부인 상급단체로 인해 투쟁 이후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감수해야 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사례는 소수도 없이 많다. 지난 최저임금 협상에서 그 폐해를 몸으로 겪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참여해 이룬 광주형 일자리 협상 타결에 대해서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노총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운동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을 펼쳐 나간다”고 말했다. 이 역시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합의를 규탄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노동법률단체는 이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S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대표라고 자청한 한국노총은 이미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에 도장을 찍었고, 민주노총은 링 밖에 있다”며 “이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 법률가들은 노동자,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단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S타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리고 줄인다면 생체 리듬이 깨져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사용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고, 이를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한 한국노총, 경총의 밀실 야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경사노위에서 진행 중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3권 관련 논의에 대해 노동법률단체들은 “관료 집단은 (재벌의 노동법 개악을) 제지하기는커녕 재벌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전전긍긍이고, 한국노총은 도장 찍을 날을 기리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