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 논란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표적 갑질 사례로 부각됐다. 가맹본부가 개별 가맹점에 치즈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오너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앞으로는 가맹점주들에게 ‘필수 물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갑질이 줄어들 전망이다. 가맹본부가 창업 희망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하는 ‘정보공개서’에 주요 공급 품목의 가격 상한선, 마진 수준, 오너 친인척 개입 여부 등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라면 본부의 생닭 공급 가격과 여기에 붙은 이윤이 얼마인지, 오너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부당이득을 취하지는 않는지 명시해야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러한 내용의 정보공개서 표준양식 개정안을 28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서는 가맹사업 희망자가 가맹본부와 계약을 체결할 때 알아야 하는 주요 정보가 담긴 문서로, 가맹본부는 표준양식에 맞춰 공정위에 등록해야 한다. 새 표준양식에 따른 정보공개서의 등록 기한은 오는 4월 말이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보공개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개정 표준양식에는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붙이는 이윤) 지급 규모와 가맹점 총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이 새로 포함된다. 또 모든 공급 품목에 대해 차액가맹금 부과 여부도 표시된다. 그간 차액가맹금은 물건값에 포함돼 있어 가맹본부가 과도하게 매겨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차익가맹금 정보 제공으로 창업희망자는 로열티, 교육비 등 가맹본부에 내야 하는 명시적 비용 외에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가맹본부는 전년도 품목별 공금대금의 합을 기준으로 상위 50% 품목에 대한 공급가격 상ㆍ하한을 정보공개서에 표시해야 한다. 만약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필수 품목 20종을 공급한다면 창업희망자는 이 중 공급 규모가 큰 품목 10종의 전년도 공급가격 수준을 미리 알고 지출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가맹본부 오너의 특수관계인이 공급에 관여하는 상품 및 용역, 경제적 이익 내용, 오너와의 관계 등도 개정 양식에 반영된다. 미스터피자의 사례처럼 특수관계인의 가맹사업 참여가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맹희망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보공개서 양식 개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대의원 총회를 열고 “법률유보원칙(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항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에 반하고 원가ㆍ마진이 공개돼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며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보공개서에 추가되는 기재 사항이 가맹사업법에 명시돼 있어 법률적 근거가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주요 품목 공급 가격도 상위 50% 품목에 대해 상ㆍ하한만 기재되기 때문에 협회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도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는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도 실제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점주들에게만 공개되는 만큼 영업비밀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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