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AI 성직자

입력
2019.02.27 18:00
수정
2019.08.01 16:05
30면
0 0

인공지능(AI), 로봇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영화가 꽤 있다. 1980년대 중반 제임스 카메론을 스타 감독으로 만든 ‘터미네이터’에서 AI ‘스카이넷’과 T시리즈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스카이넷이 30억 인류를 핵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다고 했던 1997년은 훌쩍 지났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AI는 북한보다 위험하다” 고, 작고한 스티븐 호킹이 AI를 “인류문명사 최악의 사건”이라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그 위험이 곧 닥칠지, 먼 미래의 일일지, 기우에 불과할지는 알 수 없다. 현실적으로 그보다 더 직접적인 위협은 AI 기술 발달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와 로봇기술이 접목된 자동화로 향후 20년 내에 약 3,6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 규모다. 자동화 가능성이 50% 이상인 업무로 조립 등 단순생산, 요식 서비스, 운송, 행정, 유지ㆍ보수, 건설이 꼽혔다.

□ 반대로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는 AI가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들 한다. 예술활동, 종교 영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의 연구단체 ‘오픈 AI’가 개발한 ‘GPT-2’에게 ‘4월 어느 화창하고 쌀쌀한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가리켰다’는 문장을 주고 이야기를 지어보라 했다. ‘나는 차를 타고 시애틀에 있는 새 일자리로 가는 길이었다. 가스를 넣고, 키를 꽂은 뒤 차를 달렸다. 오늘 어떤 날이 펼쳐질지 상상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인 2045년. 나는 중국 시골의 한 가난한 지역의 교사다.’ AI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첫 문장을 받아 그 작품 분위기와 유사한 문장을 줄줄이 엮어 냈다.

□ 종교도 마찬가지다. 중국 베이징의 사찰 룽취안스(龍泉寺)에 ‘센얼(賢二)’이라는 만화 캐릭터 같은 로봇 스님이 등장한 게 2016년. 유럽 종교개혁 500주년이던 이듬해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 등을 비판해 마틴 루터가 ‘95개 조문’을 발표한 독일 비텐베르크에서는 로봇 목사 ‘블레스 유-2(BlessU-2)’가 선보였다. 최근 일본 교토 고다이지(高台寺)에서는 반야심경을 설법하는 ‘마인다’라는 안드로이드 승려까지 등장했다. AI와 인간이 어떤 공생 또는 갈등을 벌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