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브렉시트 시한 연장’ 하원 투표
야당 “메이 신뢰할 수 없다”… 여당서도 “사퇴해야” 목소리

27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기한 연장을 둘러싼 영국 하원 투표를 앞둔 가운데 “리스본 조약 50조(EU 탈퇴 절차 규정) 연장은 보고 싶지 않다”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발언으로 브렉시트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영국 정계는 메이 총리의 지도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나섰다. 총리의 입장이 오락가락 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메이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3월 12일까지 두 번째 브렉시트 승인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부결될 경우 13일 ‘노 딜(No Dealㆍ합의 없는)’ 브렉시트 승인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말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다. 야당은 “EU와의 이혼 선언에 앞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이 총리는 ’노 딜’까지 부결된다면 14일 리스본 조약 연장을 요구해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늘릴 생각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확실한 것은, 나는 조약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3월 29일까지 EU와 협상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원은 한데 뭉쳐서 EU 측에 브렉시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26일 “대부분의 산업 영역이 새로운 무역 환경에 준비가 부족하다”며 “과일과 채소류 등은 가격 상승과 사재기가 우려된다”고 밝혔다고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위해서는 EU 27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메이 총리는 아직 회원국들과 연장에 대한 협상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보수당 내부에서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5명 내외의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가 ‘일시적인’ 브렉시트 연기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다. 우선 다음달 12일 의결에서 당적을 초월한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의원 세 명이 브렉시트에 반발해 탈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제이컵 리스모그 보수당 의원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은 브렉시트를 그만두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아직 메이 총리가 하원 의결에 대해 ‘자유 투표’를 지시하지는 않았다. 보수당 내 반(反)메이 세력은 메이 총리가 EU와의 협상에서 가져올 ‘딜’에 대해 확실한 찬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메이 총리가 사임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과 올리버 레트윈 보수당 의원은 “메이 정부가 브렉시트 날짜를 정하기 위해선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이 총리의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기괴할 정도로 무모한 계획”이라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25일 코빈 대표는 영국이 브렉시트 후에도 EU 관세 동맹에 잔류하는 것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요구조건을 들고 나섰다.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2차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보수당과 노동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구성한 ‘독립 그룹’ 측과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메이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언 블랙포드 SNP 원내대표는 “정부가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노 딜 브렉시트든 탈퇴 시한 연장이든 당장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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