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와 같은 뚜렷한 성과를 낼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싱가포르 회담 때는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손에 잡힐 만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방송 CNN은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승리로 판단할 수 있는 성과 세 가지를 ‘종전 선언’ ‘싱가포르 회담의 재연’ ‘핵 동결’로 꼽았다.
AP의 전 평양지국장인 진 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승리로 볼 수 있는 결과로 정치적인 종전 선언이 이뤄질 경우를 꼽았다.
그는 “종전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누구도 생전 이루지 못한 목표인 만큼 김 위원장이 이 같은 과업을 달성한다면 이는 북한 내부에서 최고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의 권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 센터장은 이 같은 선언은 김 위원장이 경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북한이 중국, 유엔, 미국과 공식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도 작은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외교와 무역에 있어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며 중국과 한국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덧붙여 마운트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 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것처럼 이번 회담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충동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주요 양보를 한다면 김 위원장에게는 큰 승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오 퉁 중국 카네기-칭화 글로벌 정책센터의 박사는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보유한 기존 핵 능력의 핵심적 요소를 ‘제거’하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입구 단계인 ‘동결’에 초점을 맞춘 합의를 수용한다면 이는 김 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만 없으면 행복하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낮췄던 트럼프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겠지만, 만약 회담 결과가 북한의 승리로 평가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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