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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왜그래 풍상씨’, 주 78시간 노동”...KBS드라마, ‘특별근로감독’ 촉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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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왜그래 풍상씨’, 주 78시간 노동”...KBS드라마, ‘특별근로감독’ 촉구 직격탄

입력
2019.02.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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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과로사 기준이 주당 64시간인데, ‘왜그래 풍상씨’의 경우 주당 78시간 노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KBS ‘왜그래 풍상씨’ 포함 5개 드라마 고용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열악한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성토와 개선 촉구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근로 계약 체결 관행 개선 촉구에도 KBS 드라마 제작현장 방송 스태프들의 근로 계약서 체결이 없으며, 노동인권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규탄했다.

또 KBS2에서 현재 방송 중인 ‘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를 비롯해 방영 예정 드라마인 ‘닥터 프리즈너’ ‘국민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 5개 드라마에 긴급히 ‘특별근로감독’을 배치, 집중적이고 전면적인 현장실태 점검과 위법사항에 대한 엄중처벌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왜그래 풍상씨’의 1, 2월 촬영 스케줄표를 공개하며 1월 14일~20일 한주 총 노동시간 68시간, 1월 28일~2월 1일 한주 총 노동시간 56시간 25분, 2월 2일~9일 한주 총 노동시간 78시간 40분이었던 점을 꼬집었다. 현장 스태프들의 제보에 따르면 일일 근무시간이 19시간 이상인 경우인 날도 있었다는 것. 박세찬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현장 스태프들이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어떠한 보장도 받지 못한 상태로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노동인권을 보장해 달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두영 지부장은 “그 동안 근로시간 개선, 개별 근로계약 등을 외쳐왔는데 지금 방송사나 제작사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묵과하지 않고 하나하나 근로 감독을 요청해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될 수 있게 특별 근로감독을 요청하겠다”며 “드라마 제작 현장의 특성 상 근로감독을 요청해도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해서 방영 중에 감독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민주노총 서울본부 최은철 본부장은 “많은 국민들께서 시청하고 계신 드라마. 즐겁게 시청하고 계실 텐데 이런 드라마의 즐거운 이면에는 이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제작 현장이 있다는 걸 고발하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주당 80시간. 아마 많은 시민들은 이것이 상상되지 않을 거다. 주당 78시간이면 일요일을 합쳐서 거의 새벽까지 일을 하고 4~5시간가량 밖에 잠을 자지 못해야 가능한 근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본부장은 “과로사 기준이 64시간이다. 이럴 경우 업무를 하다가 쓰러지면 그것이 과로사가 되는 거다. 주당 78시간을 일하면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이런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제작 현실”이라며 “고용노동청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착취 받지 않는 노동 현장을 만들자고 존재 이유가 있는 행정 부서다. 노동자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에 목소리를 기울이고 특별근로감독 당장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탄력근로제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것이 이렇게 큰 문제인 것은 방송 스태프들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 봐야 할 문제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깊은 관심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지난 해 9월 고용노동부가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뀐 것이 있나”라고 반문한 뒤 “여전히 스태프들은 16시간, 17시간씩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는 12시간이다. 노동법이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인데 12시간 일하자고 요구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신다. 이게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의 실상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진 사무국장은 “아직도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개별 도급계약, 턴키계약을 강요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조차 근로계약서 체결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왜그래 풍상씨’ 현장에서 기술스태프 9명이 장시간 노동에 촬영 거부에 들어간 바 있다고 한다. 만약 당시 제작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20시간 넘게 촬영을 했을 것이다”고 제보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공정한 방송은 건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작년에도 tvN ‘나인룸’, OCN ‘플레이어’, ‘손 the guest’ 등 드라마를 고발한 바 있지만 조사를 하려고 하면 드라마가 끝나버린다”고 말한 진 사무국장은 “그래서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다시 한 번 이날 기자회견의 개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진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보면 ‘과로사회 탈출’이라는 슬로건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방송 제작 현장에서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긴급히, 신속히 현장 실태를 점검하고 위법사항에 대해서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두영 지부장에 따르면 KBS2 ‘왜그래 풍상씨’의 연출을 맡은 진형욱 PD와 제작 이사는 지난 주 면담을 통해 촬영 일수를 늘려서 촬영 스태프들의 노동 시간을 개선할 것을 약속한 상태다. 김 지부장은 “해당 약속에 대한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만 서면근로계약 위반 등의 건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주최 측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접수했으며 청장 면담 요청을 했다. 노동법 개선에도 방송 스태프들은 과도한 노동 시간과 근로계약 체결 요구를 거부한 채 강요되는 개별 도급계약, 프리랜서 계약, 턴키 계약 체결 등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이들의 외침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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