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출자기관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1%가량 줄였다. 배당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경제 활력을 위한 투자를 늘리라는 의미다. 배당금 총액, 배당성향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정부가 출자기관에 대한 배당정책 방향을 세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출자기관 간담회(21일)와 배당협의체(25일)를 거쳐 27일 발표한 2019년 출자기관 배당안에 따르면 올해 배당이 가능한 출자기관(21개)의 정부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1조8,060억원) 대비 20.9%(3,777억원) 줄어든 1조4,2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출자기관의 배당성향 평균치도 지난해 35.0%보다 3.7%포인트 감소한 31.3%를 기록했다. 정부의 배당정책 방향에 따른 올해 배당성향 목표치(37%)에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는 당초 매년 출자기관 배당성향을 3%포인트씩 올려 2020년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올해 이런 기조를 꺾은 셈이다.
배당이 가능한 출자기관 수는 전체 36곳 중 21곳으로 지난해(25곳)보다 4곳 줄었지만, 당기순이익 잠정치는 9조4,610억원으로 전년(8조9,026억원) 대비 5,584억원 늘어났다. 한국전력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고 LH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7,000억원 감소했지만, 산업은행(4,000억원→2조5,000억원), 수출입은행(2,000억원→6,000억원), 가스공사(흑자전환) 등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효과다.
출자기관의 총 순이익 증가에도 배당금과 배당성향이 줄어든 것은 정부가 각 기관의 신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배당조정이익’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장부상 당기순이익에서 과도한 복리후생비 등 비효율적인 비용이나 투자계획 미집행분 등은 가산(이익이 더 난 것으로 취급)하고 정부 정책과 관련한 경제활력 투자 재원 등은 차감해 주는 방식이다. 정부가 각 기관의 투자 규모에 비례해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LH 등은 기업구조조정, 혁신성장 투자, 수출경쟁력 강화, 서민금융ㆍ주거 지원 등 경제활력 투자과제에 4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정부는 그만큼 배당가능한 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배당금을 산정했다. 출자기관의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보다 1조5,000억원가량 배당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투자 재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출자기관의 경제활력 투자 과제 이행 여부를 분기별로 점검하는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상반기 중 신규 투자 과제도 추가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출자기관은 3월 말까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배당금을 확정하고 4월 말까지 국고에 수납한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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