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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업! K리그] 선수 꿈 팔아 살림하는 현실… “자생력 구축 골든타임”

입력
2019.02.28 07:00
수정
2019.03.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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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구단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ㆍ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암흑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는 연중기획 [붐 업! K리그]를 통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한 과제를 짚고, 축구계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볼 예정이다.

<1>K리그 떠나는 스타들이 남긴 과제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 선수들이 새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25일 열린 오픈트레이닝 행사 때 몸을 풀고 있다. 대구는 새 구장 명칭사용권을 DGB대구은행에 판매해 3년간 약 45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대구=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 선수들이 새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25일 열린 오픈트레이닝 행사 때 몸을 풀고 있다. 대구는 새 구장 명칭사용권을 DGB대구은행에 판매해 3년간 약 45억원을 벌어들이게 됐다. 대구=연합뉴스

최근 K리그를 떠나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를 밟은 황인범(23ㆍ밴쿠버 화이트캡스)은 이적이 확정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글엔 이례적으로 K리그를 떠나게 된 과정과 이적 배경을 자세히 적었는데 자신의 꿈보다 소속팀 대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당초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간절히 원해 왔던 황인범은 글에서 “구단이 원하던 이적료가 유럽 팀에서는 나오지 않았다”라며 “구단에 보답하자는 생각에 밴쿠버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담담히 밝혔다. 실제 함부르크 등 독일 클럽들은 올해 초까지 황인범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대전이 높은 이적료(25억원 추정)를 불러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이상 선수 이적엔 구단 의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지만 유럽행을 원했던 선수 본인은 물론 세계 최고수준의 리그에서 그의 도전과 성장을 지켜보고 싶던 국내 축구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대전은 1997년 창단 이래 최대 규모의 이적료를 손에 넣으며 팍팍한 살림에 숨통을 텄지만, 이적 과정을 지켜본 전ㆍ현직 축구관계자들은 “선수 꿈과 돈을 맞바꾼 이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팀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적료 몇 억 원을 더 챙기기 위해 프랜차이즈 선수를 경매에 붙이다시피 한 모습은 K리그의 절망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얘기다. 비슷한 시기 대표팀 주축 수비수 김민재(23ㆍ베이징 궈안)마저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에 중국프로축구 슈퍼리그로 움직이자 위기감은 증폭됐다.

FC서울 조영욱(가운데)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부산아이파크를 상대로 득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FC서울 조영욱(가운데)이 지난해 12월 6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부산아이파크를 상대로 득점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삼성과 GS그룹의 지원이 갈수록 줄면서 쇠락한 ‘옛 양대산맥’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현재모습은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수원은 지난 시즌 상위 스플릿에 턱걸이했고, 서울은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끝에 1부리그 잔류에 겨우 성공했다. 현대가(家)의 지원으로 아직까진 선수 영입에 상당한 예산을 쏟아 붓는 울산, 전북에도 언제 한파가 불어 닥칠 지 모른다는 게 축구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들은 프로스포츠 3대 수익요인(광고ㆍ중계권ㆍ입장권)의 가치가 바닥인 마당에 중국 등 해외구단의 현금 공세에 맥없이 스타플레이어들을 내주고 있는 K리그가 하루 빨리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27일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탄생한 K리그 구단들이 일방적인 지원에 젖어 홀로 서는데 필요한 근육이 퇴화된 상태로 볼 수 있다”면서 “K리그를 향한 팬들의 온기가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때 절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열기가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지금이 고사 직전인 K리그를 되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란 얘기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거치며 축구행정 경험을 쌓은 최순호 포항 감독은 “구단은 물론 연맹도 기업 마인드로 수익 창출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외국기업 투자유치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짚었다.

전북 문선민(왼쪽)과 대구FC 한희훈이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서 열린 '2019 프로축구 K리그1 개막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리그는 오는 3월 1일 K리그1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 동안의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뉴스1
전북 문선민(왼쪽)과 대구FC 한희훈이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서 열린 '2019 프로축구 K리그1 개막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리그는 오는 3월 1일 K리그1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 동안의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나란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시ㆍ도민구단 대구와 경남은 올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선다. 대구는 새 홈구장 ‘포레스트 아레나’의 명칭사용권(naming rights)을 DGB대구은행에 판매해 3년 45억원 수준의 재원을 마련했고, 구장 내 상가 운영도 구단이 맡기로 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진 데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거리가 7m(기존 홈구장 대구스타디움은 약 20m)정도로 가까워지는 등 팬들의 관람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입장 수익도 기대해 볼 만 하다. 경남은 말컹(25ㆍ허베이 화샤) 이적료를 효과적으로 재투자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친 조던 머치(28ㆍ잉글랜드)와 룩 카스타이노스(27ㆍ네덜란드)를 영입, 적극적인 스타마케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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