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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모에 그 조카… 크로스컨트리가의 ‘신구 전설’ 이채원ㆍ이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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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모에 그 조카… 크로스컨트리가의 ‘신구 전설’ 이채원ㆍ이진복

입력
2019.03.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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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왼쪽)과 이진복이 지난 25일 강원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나란히 선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채원(왼쪽)과 이진복이 지난 25일 강원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나란히 선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고모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죠.”(이진복)

“무슨 소리야.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돼야지.”(이채원)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 이채원(38ㆍ평창군청)과 그의 조카 이진복(17ㆍ강릉중앙고)은 제100회 동계전국체육대회가 끝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설원에 발을 내디뎠다. 이채원은 3월 초 일본 대회를 앞두고 있고, 이진복 역시 생애 첫 국가대표팀 발탁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지난 25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에서 만난 이채원(38ㆍ평창군청)은 생각보다 작은 체구라 놀랐다. 키 153㎝에 몸무게는 45~46㎏으로 왜소한 편이다. 정의명 코치는 “크로스컨트리 선수 중에 제일 작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어마어마하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작은 거인’ 이채원이 쌓아 올린 기록은 압도적이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3년 연속 4관왕(클래식 5㎞, 프리 10㎞, 15㎞계주, 복합)을 차지했다. 1994년부터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모은 금메달만 75개에 이른다. 은ㆍ동메달까지 합하면 셀 수가 없다. 이채원은 “예전 금메달은 색이 너무 바래 일부 정리를 해야 할 정도”라며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긴 했나 보다”라고 웃었다. 2011년 카자흐스탄 동계아시안게임 10㎞ 프리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종목 은메달을 땄다.

그런 고모의 DNA를 물려 받은 이진복의 기량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크로스컨트리에서 고등부 3관왕에 올랐다. 특히 클래식 10㎞에선 일반부 우승 기록에도 겨우 8초 뒤졌다. 지난달에는 국가대표가 포함된 일반부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스키계는 “유망주가 나타났다”며 들썩였다. 이대로라면 3월 말 생애 첫 국가대표팀 합류가 유력하다. 이진복은 “고모와 같이 4관왕이 되고 싶었는데 하나가 모자라 너무 아쉬웠다”라고 했다.

이채원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끝으로 21년 만에 태극 마크를 반납한 뒤 실업팀 활동만 하고 있다. 일곱 살 난 딸(장은서) 때문이다. 이채원은 “대표팀 합숙에 국제 대회까지 촘촘히 이어지다 보니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한다”면서 “은서가 (엄마가 은퇴하기로 약속한)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국가대표를 포기했지만 “미련은 없다”고 했다. 다행히 최근 눈에 띄는 유망주가 나와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한다솜(26)이다. 이채원은 “단거리는 오히려 나보다 앞선다”면서 “장거리를 버텨낼 체력과 경험이 보강된다면 보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은 이채원이지만, 올림픽 메달이 없는 점이 아쉽다. 역시 작은 키가 발목을 잡았다. 크로스컨트리는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체형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진복 역시 169㎝ 정도로 선수로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조카만큼은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를 바라는 게 고모의 마음이다. 이채원은 “평창올림픽이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 기대했던 성적보다 저조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조카에 대한 자랑과 기대감을 슬쩍 꺼냈다. 이채원은 “(진복이가)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폭발력도 좋고, 어린데도 강한 정신력도 갖췄다”면서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많이 먹고 다리 교정도 꾸준히 받아 175㎝까지만 큰다면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웃었다.

평창=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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