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대형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가 인상되면서 현대자동차(현대차)가 “계약 해지를 검토할 수 있다”며 강수를 뒀다. 대기업의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사례라 다른 업체로 파장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2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카드사들로부터 1.8%대 수준이었던 카드 수수료율을 다음달 1일부터 1.9% 중반대로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현대차는 “부담이 과도하다”며 수수료율 조정을 요청하는 한편으로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통보 받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카드 수수료 체계가 바뀌면 일단 새로운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협상 결과에 따라 적용 수수료율이 당초보다 인하되면 카드사가 가맹점에 차액을 소급해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상은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가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이 종전보다 더 많은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데 따른 조치다. 이를 통해 소형 가맹점이 대형 가맹점에 비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역진성’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대기업인 현대차의 반발로 카드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요구대로 수수료를 낮추면 대형 가맹점에 부당 지원을 하는 셈이어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특정사에 특혜를 주면 다른 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협상을 통해 적격비용에 따른 공정하고 합리적 수수료율을 책정하자고 요청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을 무기로 부당하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다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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