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민들이 수령에 절대 충성하고 열광해야 하는 북한 체제 특유의 속성이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재연됐다. 26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주재 북한대사관에 모습을 드러내자, 커다란 함성과 심지어 열광 속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까지 대사관 건물 밖으로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하노이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자국 대사관을 약 50분간 방문했다. 오후 5시쯤(현지시간)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벤츠 풀만 가드 차량은 현지 경찰차, 사이드카, 경호 차량의 호위로 5시9분께 대사관 정문에 도착했다. 머리를 짧게 깎은 경호원들이 먼저 차에서 뛰쳐나와 김 위원장 차량을 몸으로 둘러쌌다. 비서 격인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먼저 내리고 곧이어 다소 굳은 표정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과 대사관에 들어서자마자 일대를 뒤흔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북한 대사관은 김 위원장 방문에 맞춰 지난 일주일간 대대적 보수작업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건물로 들어간 지 50여분이 흐른 오후 5시59분 문을 나섰다. 이 때 역시 내부에서 커다란 함성이 밖으로 울려 퍼졌다. 예의를 갖추려는 듯 한복을 차려 입은 여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대사관을 방문할 수 있다는 소식이 두시간여 전부터 현지에서 알려지면서 대사관 앞에 취재진이 속속 도착했고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숙소인 멜리아 호텔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이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로비와 정문을 잇는 통로와 회전문을 청소하고 조용원 부부장이 미리 나와 점검하는 등 관련 징후가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경찰력만 50여명이 대사관 주변에 배치됐고 건너편 취재진과 시민 앞에 펜스가 설치돼 접근을 막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대사관은 철제 대문을 굳게 닫고 침묵을 지키면서도, 전선을 보수하고 입구에서 물청소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김 위원장의 방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9∼20일 3차 중국 방문 당시에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은 바 있지만, 당시에는 둘째 날 일정이었다.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는 싱가포르 주재 대사관을 찾지 않았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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