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아 호텔- JW메리어트 호텔 간 거리 7㎞… 차로 30분 걸려
26일 하노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서로 멀리 떨어진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하노이 두 정상 숙소의 거리는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1㎞에서 7㎞로 다소 멀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장, 만찬장 등과 ‘접근성’이 높은 멜리아 호텔을 선택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이 뛰어난 JW메리어트 호텔을 택했다.
26일 오전 일찌감치 도착한 김 위원장은 멜리아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고, 저녁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JW메리어트 호텔에 투숙했다. 두 호텔은 직선 거리로 약 7㎞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는 30여분 걸리는 거리인데, 교통 혼잡이 심할 경우에는 1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의 두 정상이 묵은 숙소간 직선거리가 1㎞도 채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멀어진 셈이다. 당시 김 위원장의 세인트 리지스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의 샹그릴라 호텔은 차량으로도 5분 이내에 오갈 수 있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묵는 멜리아 호텔은 하노이 구도심에 위치한 유서 깊은 5성급 호텔이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도 이 호텔에 숙박한 적이 있다. 하노이 유명 관광지인 호안끼엠 호수와 호찌민 묘, 바딘 광장까지 차량으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멜리아 호텔은 북적대는 시내 중심부에 있어 경호에 불리한 대신, 이번 정상회담 주요 포스트로의 접근성이 좋다. 정상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 만찬장으로 거론되는 오페라하우스와 모두 2㎞ 이내 거리라 차량으로 10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북한대사관도 1.6㎞ 거리에 있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곳에서 묵는 등 북측 고위 인사들이 자주 숙박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를 JW메리어트 호텔은 신도심에 있는 최신식 5성급 호텔이다. 시공사는 한국 현대건설이다. 메리어트 호텔은 보안 면에서 뛰어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상회담 주요 포스트와는 김 위원장의 멜리아 호텔보다 멀어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이 길어질 수 있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메트로폴 호텔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8㎞ 정도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 30∼40분 정도 거리지만 교통 체증이 있을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정상회담 열릴 메트로폴, 찰리 채플린 신혼여행지
두 정상이 역사적인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될 메트로폴 호텔은 베트남에서 ‘근현대사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은 1901년 베트남에서 문을 연 최초의 근대식 호텔로, 유명 인사들과도 인연이 깊다. 영화감독 겸 배우 찰리 채플린은 1936년 폴렛 고더드와 중국 상하이에서 결혼한 후 신혼여행 숙소로 이 호텔을 선택했다.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이 1951년 이 호텔에 묵으며 ‘조용한 미국인’을 집필했고, 역시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이 이 곳에서 소설 ‘젠틀맨 인 더 팔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들도 이곳을 이용했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 호텔에 머물렀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APEC 정상회의 때 하노이를 방문하며 이곳에 묵었다. 특히 호텔 뒤 편에는 외부 시선에서 차단된 유럽식 정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후 정원을 잠시 산책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걷는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