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오연지(29ㆍ인천시청)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토록 서고 싶었던 무대에서 금메달 쾌거를 이룬 덕분에 올해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선수상도 받았다.
지난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시상식 후 만난 오연지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 쉽지 않은데, 금메달까지 따 매우 행복했다”며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지만 값진 결과물을 안겨주니 오히려 흘린 땀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땀은 앞으로 다시 강도 높은 훈련을 마주하더라도 버틸 힘이 될 것”이라며 2020 도쿄올림픽을 정조준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외삼촌 전진철(전 국가대표)씨가 군산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복싱을 시작한 오연지의 적수는 국내에 없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체전 8연패를 달성했다. 오연지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 학교 체육대회 때 계주나 구기 종목에 다 참가했다”며 “외삼촌이 복싱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내가 먼저 ‘복싱을 하고 싶다’고 했고, 나를 복싱 선수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아웃복서 스타일인 오연지는 빠른 스텝으로 상대의 공격을 유연하게 피하면서도 날카롭고 빠르게 받아치는 타격이 뛰어나다. 일찌감치 국내 최강자로 우뚝 선 그는 2015년과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하며 한국 여자복싱의 간판이 됐다.
언제나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는 오연지에게도 아픈 과거는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해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됐다.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이 걸린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오연지는 “2014년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내 꿈이자, 최고 목표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