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하노이 정상회담 전망… “실무 의견보다 두 정상 감각 따라 나아갈 것”
27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틀간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1박 2일간의 논의에 따라 성과물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6일째 계속되는 북미간 실무 협상이 여전히 줄다리기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져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핵심 쟁점은 결국 정상간 담판에서 결론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내 정치적 곤경을 외교적 성과로 돌파할 필요성이 크고, 김 위원장으로선 제제 해제가 절실한 상황인 터라 두 정상의 일 대 일 승부에서 뜻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박 2일에 걸쳐 최소 다섯 번 이상 만날 것으로 보여 그야말로 속 깊은 불만까지 털어놓으며 진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핵화 전에는 제재 해제가 없다”는 미국과 “제재 해제 없이 비핵화는 어림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실무 선에선 타협을 보기 어려운 성격을 띄고 있어, 북미 모두 정상간 결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하노이로 향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이 현명할 결단을 내릴 것이다”며 비핵화 결단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주지사 조찬 행사에선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솔직히 김 위원장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우리는 그런 얘기도 소리 내어 한다”며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도 최근 잇단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담판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미래를 제시하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면 빈손 회담도 감수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배수진이다. “서두를 게 없다”는 거듭된 언급은 제재 키를 쥐는 한 급한 쪽은 북한이란 압박성 메시지다.
북한 역시도 그간 실무 협의는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바람은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제재 해제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미국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담판에서 강도 높은 수위로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국내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를 포장해주는 대신 제재 해제 등의 대폭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정상회담기간인 27~28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 등을 폭로할 것으로 예상돼 시기도 공교롭다. 정상간 담판에 대한 양측의 기대는 어찌 보면 ‘동상이몽’에 가깝다. 하지만 두 정상 모두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입게 될 내상이 크다는 점에서 성공의 접점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이 톱 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예측 불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은 최근 38노스 기고에서 “두 정상은 참모들의 브리핑 자료를 제쳐두고 그들의 본능과 가능성의 감각에 따라 나아갈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무 협의에서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더 편안함을 느낄 테지만, 이번은 거꾸로다”며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스키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오는 것이 어떤 의미를 띨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번 회담의 성격을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지난 22일 토론회에서 일반 정상회담은 의제 99%가 사전 실무급에서 논의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논의 정도가 30% 혹은 그 이하라고 평가했다.
하노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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