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전체 아닌 상속인 각각에 과세… 경유세 L당 10원씩 5년간 인상” 최종안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6일 정부에 9억원 넘는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특위는 또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경유세 인상도 권유했다. 인상폭까지 제시하진 않았지만, 경유세를 지금보다 ℓ당 50원 가량 인상하는 안에 내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는 또 상속자 수와 관계 없이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리는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도 바꿀 것을 제안했다.
특위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개혁 보고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년 4월 출범한 특위는 작년 7월엔 종합부동산세 등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가적인 조세 개혁과제를 검토해 이날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다.
◇고가 1주택자 혜택 더 줄여야
특위는 실거래가 9억원을 넘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봤다. 지금은 이들 1주택자가 10년간 집을 보유하다 팔면 세율이 적용되는 양도차익(매각가-구입가)을 최대 80% 공제해준다. 자연히 양도세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구조다.
이런 혜택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수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9ㆍ13 대책에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을 추가했다.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15년을 보유해야 공제를 받을 수 있고, 공제율도 최대 30%로 낮아진다. 하지만 특위는 여전히 혜택이 과도하다고 판단, “연간 공제율(8%)을 축소하거나 공제기간 조건(10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실거래가의 50~70% 수준에 불과한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권고도 최종안에 담겼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 ‘감세’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가령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작년 10월 약 17억5,000만원에 실거래(3건) 됐는데, 공시가격은 9억1,200만원(시세반영률 약 52%)에 그쳤다.
◇상속세 과세체계 고쳐야
상속세 과세체계를 합리화하라는 권고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자 수에 관계 없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토대로 상속세를 산출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상속자가 각각 물려받은 재산에 개별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가령 부모가 자녀 2명에게 5억원씩 물려주는 경우, 우리나라는 전체 상속재산 10억원에 과세한 후 그에 따른 상속세(2억4,000만원)를 자녀가 나눠 부담한다. 반면 다른 나라는 자녀가 물려 받은 5억원에 개별 과세(1인당 상속세 9,000만원)한다.
그간 재계나 학계에선 이런 유산세 방식에 대해 △세금 부담이 크고 △실제 물려받은 재산 규모에 비례해 세금을 내는 ‘응능부담’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특위는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특위는 이 같은 개편안이 “상속세 부담 완화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위의 한 위원은 “상속자가 아닌 재산에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선 배우자공제(최대 30억원)에 해당하지 않는 자녀들까지 전부 공제를 받아 세 부담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며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공제 사유가 있는 개별 상속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위는 최종안에 ‘세수중립적’이란 표현을 넣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되, 전체 상속세수는 줄지 않도록 설계하라는 뜻이다.
상속세 개편의 또 다른 축인 가업상속공제는 특위에서 논의가 됐지만 최종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중소기업이 가업을 가족에 물려줄 때 상속세를 최대 250억원 깎아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면 그에 따른 비용(세금감면)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고용)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속 전 피상속인이 최소 10년 이상 경영 △상속 후 10년간 직원 수 유지, 업종전환 및 자산매각 금지 등 사전ㆍ사후 요건이 빡빡해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에 특위는 사후관리 요건을 ‘고용유지’ 등으로 단일화하는 방안 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은 “최근 재계에서 가업상속공제 매출기준(3,000억원 미만)을 없애고 공제한도(500억원)도 높이자고 주장하고 정부ㆍ여당도 이에 호응하고 있지만, 특위 내에선 이런 방안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고 귀띔했다.
◇경유세 지금보다 올려야
특위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을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에는 ℓ당 529원, 경유는 375원의 세금이 붙는다. 이 같은 세금차이로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가격은 100대 85 수준이다.
하지만 경유차는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유해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을 휘발유 차보다 평균 23배 정도 더 뿜는다. 이에 ‘경유세 인상→경유 소비감소→미세먼지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특위의 입장이다.
다만 특위는 최종안에 구체적으로 경유세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강병구 특위 위원장은 “수치를 제시할 경우 정부 정책의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어 기본방향만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특위의 한 위원은 “경유세를 1년에 ℓ당 10원씩 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해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00대 91~92까지 맞추는 쪽으로 내부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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