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M&A 통한 데이터 독점 여부도 고려
정부가 혁신성장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인수합병(M&A) 심사 기준을 바꾼다. 잠재적 경쟁기업을 인수해 연구개발(R&D) 분야의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경쟁이 활발한 산업에선 M&A를 신속하게 처리해 혁신산업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M&A를 통해 데이터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그동안 혁신기반 산업이나 정보자산 관련 M&A를 심사할 때 적용해 오던 사항들을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혁신기반 산업의 범주를 보다 명확히 제시했다. 혁신기반 산업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나, 제약ㆍ바이오 등 R&D 경쟁이 필수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산업을 의미한다. 혁신기반 산업에서는 R&D 자체가 큰 자산이 될 수 있지만 현행 기준대로는 R&D 활동과 그 이후의 제조, 판매 활동이 경쟁으로 인식되지 않거나 R&D 비중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R&D와 제조ㆍ판매를 모두 수행하는 기업간 경쟁뿐 아니라 제조ㆍ판매 기업과 R&D 활동 중인 기업 사이의 경쟁, 제품 출시 전 시장 형성을 목표로 이뤄지는 R&D 경쟁 등을 상황에 따라 모두 하나의 시장으로 획정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탈모 치료제를 판매하는 A 회사가 다른 성분의 탈모 치료제를 개발중인 B사를 인수할 때, 현재 규정상으로는 두 회사를 경쟁 관계로 인식하지 않지만 새 규정에서는 경쟁제한성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혁신시장의 시장집중도 산정기준도 제시했다. 혁신시장은 제조ㆍ판매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경우 기존 방식대로 매출액 등에 기반한 시장집중도 파악이 어렵다. 공정위는 대안적 기준으로 연구개발비 지출 규모, 혁신활동에 특화한 자산ㆍ역량(R&D 인력, 시설 등)의 규모, 해당 분야의 특허출원 건수나 특허 피인용 횟수, 혁신 경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의 수 등을 참고하기로 했다. M&A 이후 관련 분야의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결합 당사 회사가 중요한 혁신사업자인지, 유사한 혁신 활동을 수행해 왔는지, 기업 결합 이후에도 경쟁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수가 충분한지의 여부 등도 따질 예정이다.
기업간 M&A 과정에서 정보자산의 독점이 발생하는지 여부도 고려한다. 개정안에서는 정보자산을 ‘다양한 목적으로 수집돼 통합적으로 관리, 분석, 활용되는 정보의 집합’으로 정의했다. 공정위는 M&A 이후 얻게 되는 대체 불가능한 정보자산을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지, M&A를 통해 경쟁사업자가 정보자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능력이 높아지는 등 경쟁에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