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관여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정에 출석해 “검찰이 조물주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기일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은 목표의식에 불타는 검사 수십명을 동원해 우리 법원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며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300쪽이나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사법농단 관련 혐의들이 모두 검찰의 조작이라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검찰이 대법원의 재판 과정에 전혀 이해가 없는 것 같다”며 재판 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지우는 것)이라는 단어를 퇴임하고서 처음 들었다”며 “검사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버젓이 법정에서 사실인 양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되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풀려나면 다른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불가를 주장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전현직 법관의 진술이 피고인 석방ㆍ구속 정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등을 참고해 조만간 보석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수의 대신 검은 양복과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외견상으론 초췌해 보였으나, 건강 상태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특별히 이상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구속 이후 33일 만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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