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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나도 보험 약관 끝까지 못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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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나도 보험 약관 끝까지 못 읽어봤다”

입력
2019.02.26 17:06
수정
2019.02.26 21:5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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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보험약관 개선 TF 구성

깨알같이 나열돼 있는 보험약관은 소비자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소비자시민모임 제공
깨알같이 나열돼 있는 보험약관은 소비자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소비자시민모임 제공

‘금리연동형 보험의 경우 평균공시이율은 적립순보험료에 대한 적립이율을 말합니다.’

저축성보험 표준약관의 일부다. ‘공시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로, 전체 보험사의 공시이율을 평균한 값이 ‘평균공시이율’이다. ‘적립순보험료’는 납부 보험료에서 회사 운영 비용 등을 제하고 만기 때 돌려받는 금액이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약관에 일상에서 쓰지 않는 단어가 많다 보니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깨알 같은 글씨에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보험 약관을 개선하기 위해 약관 작성, 검증, 평가의 전 과정에 소비자 참여가 제도화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보험 소비자 고충을 경청했다. 최종구 위원장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보험설계사 및 보험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소비자단체들은 “복잡하고 전문용어가 많은 보험 약관을 쉬운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약관은 소비자와 회사 쌍방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한 약속인데, 지금의 보험 약관은 보험사 편의에 따라 작성돼 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질병ㆍ상해 보험 약관은 난해한 의학용어가 그대로 쓰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구부(눈ㆍ코ㆍ입 등 신체에 구멍이 있는 부위)’ ‘전정기관(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 등이 대표적이다. ‘정당한 이유’처럼 분쟁 소지가 있는 문구가 포함됐거나 ‘뉴-암치료 특별약관’처럼 제목 자체가 모호한 약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약관에 쓰인 용어에 대한 해설이 미흡하거나 누락된 경우가 많아 보험금 지급 때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 역시 “보험회사(SGI서울보증) 사장을 지낸 저도 제 보험계약 약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고 공감을 표했다.

약관 양식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서류 한 장에 내용이 여러 문단으로 나뉘어 빼곡히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문장이 300자를 넘어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위는 보험업계, 소비자가 참여하는 ‘보험약관 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약관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검색하고,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운영해 보험사가 소비자의 약관 문의에 즉각 응대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최 위원장은 “보험약관을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약관 사례를 보험협회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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