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북미회담 반복 않으려면 실천 수반돼야… 美, 플루토늄ㆍ농축우라늄 시설 폐기 목표"
일본 게이오(慶應)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인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교수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 시간표 도출 등 획기적 합의가 도출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차 회담까지는 비핵화 의지를 밝힌 북한의 대담한 조치를 기대한 연역적 접근을 했다면 이번 회담에선 미국이 ‘동시ㆍ병행조치’를 시사하며 귀납적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몰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니시노 교수는 25일 도쿄(東京) 게이오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합의문 발표뿐 아니라 실천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빅딜, 스몰딜 여부보다 비핵화에 실익이 되는 굿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같은 동결 수준의 합의여도 어떤 시설을 어느 수준까지 처리할지 등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한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2차 북미 정상회담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인가.
“북미간 △비핵화 정의 △로드맵 △시간표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데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1차 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북미 간 균형 있는 주고받기가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_어떤 식의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나.
“미국은 비핵화에 무게를 둔 반면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선언 △종전선언 등을, 경제적으로 △인도지원 강화 △북한 인프라 구축,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등 제재 예외 조치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북한 선행조치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제재 완화까지 합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_양국 간 합의는 어느 수준에서 가능하다고 보나.
“지난해 9월 남북간 평양선언(영변ㆍ동창리ㆍ풍계리 폐기)을 북미간 재확인하는 게 최저 수준으로 상정할 수 있다. 다만 영변 핵시설은 폐기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용하지 않은 원자로 폐기는 의미 없는 합의지만 우라늄 농축시설,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삼중수소 시설 등에 대한 샘플 채취 등이 허용된다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_미국이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스탠퍼드대 강연과 21일 백악관 보도자료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비건은 동시병행ㆍ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며 대북접근 방식의 변화를 시사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방북 시 김정은이 플루토늄ㆍ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약속했다고도 소개했다. 우선 이 정도를 얻어내는 게 미국의 기본 목표로 보여진다.”
_그럼에도 핵 리스트 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비건은 강연에서 핵 리스트는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핵 신고 시점을 늦추는 현실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시설을 어디까지 동결할지에 대한 협상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1차 회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합의든 간에 실천이 수반돼야 한다. 때문에 빅딜, 스몰딜 여부보다는 비핵화에 실익이 되는 구체적인 실행 조치들을 담아내는 ‘굿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내용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며 ‘평화가 왔다’고 선언하는 것은 배드딜이 되는 것이다.”
_일본이 우려하는 ‘트럼프 리스크’는 뭔가.
“비핵화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 상황과 가시적 성과 등을 의식해 실무협상에서 합의사항 이외의 것을 즉흥적으로 밝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_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일본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북미협상 구도에선 일본의 역할은 없다. 2차 회담 후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 동북아 안보질서가 변화하는 등 판이 크게 움직이면 일본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겠다고 밝힌 만큼 이르면 올 상반기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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