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내용 없고 중장기 과제 나열… 작년 과세대상 확대 권고안에 정부ㆍ靑 반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6일 ‘재정개혁보고서’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양극화ㆍ저출산ㆍ고령화 등 구조적 난제를 풀 조세ㆍ재정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난해 4월 출범한 지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그간의 활동은 물론, 마지막 보고서마저 개혁 시기를 미루거나 선언 수준에 그친 내용이 많아 “100년을 이어갈 개혁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던 출범 때 공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특위의 최종 보고서엔 △경유세 인상 △고가 1주택자 세제 혜택 축소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등이 주요하게 나열됐지만 대부분 방향만 제시하는 단순 권고에 그쳤고, 조세 체계 개편 과제는 대부분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특위가 출범 때부터 강조했던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방안도 “예측 가능성과 정책 신뢰성 유지를 위해” 2022년 이후부터 대상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또 포용국가 공고화를 위해 안정적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며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 △조합법인 과세특례제도 축소 △환경관련 부담금 강화 등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공을 넘겼다. 조세ㆍ재정 전문가 30명이 10개월간 만든 혁신안 치곤 내용도 빈약하고 전문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적 합의 시도라 할 것도 작년 7월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관련 공청회 한 번뿐이었다.
특위가 이처럼 사실상 ‘용두사미’로 막을 내린 건 청와대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실제 지난해 7월 특위가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발표할 당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하자, 기획재정부는 이튿날 즉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 결국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마저도 대통령 직속 기구격인 특위에 “누구도 그 기구에 과세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거들었다. 이후 특위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고, 결국 유명무실한 ‘권고ㆍ자문기구’로 한정됐다는 게 중론이다.
기재부는 이날 특위 최종보고서에 대해 "당장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내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고, 중장기 검토 과제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지만 그간 경유세 인상 등에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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