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경기도 용인으로 결정된 이후 충남도와 충남도의회가 뒤늦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네 탓’ 공방을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2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부의 특별물량 요청은 국가발전 전략의 근간인 국가균형발전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양지사는 “민간 기업의 부지 선정에 자율적인 영역이지만 국가반도체클러스터의 인원 충원을 내세워 수도권에 공장용지의 특별공급을 요청한다면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은 계속 될 수 밖에 없으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 지사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으로 입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를 두 달 전 알게 돼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경북도와 공조해 특별공급을 통해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혀 관련 정보가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충남도의회도 같은 날 규탄성명을 내고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 방문했다.
도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확보를 위해 수도권정비위원회에 특별물량 공급심의 요청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천안시의회도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용인시 입주는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부터 시의회 앞에서 시의원들이 릴레이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과 신진영 천안을 당협위원장은 25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 유치에 실패한 충남도, 천안시, 지역 국회의원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은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돼 천안의 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를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천안 유치가 무산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한 한국당 소속 이완구 전 총리도 지난 22일 논평을 내고 충남도와 천안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이 선정된 것과 관련, 해외출장중인 양승조 충남지사와 구본영 천안시장을 겨냥해 “외국 출장을 즉시 중단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자유한국당)은 이렇게 비난하기에 앞서 여야를 떠나 충남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탰어야 마땅하다”며 “침묵으로 일관했던 자유한국당과 이 전 총리는 어디서 무얼 하다가 이제서 뒷북 치며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난을 퍼붓기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 충남유치가 불발되기를 기다린 흑심 때문은 아니었는가”라며 “진정 충남도를 위한 조언을 하고 싶다면 그 전에 꾸밈없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민 이모(59ㆍ서북구 쌍용동)씨는 “SK하이닉스가 수년 전부터 특별공급을 통해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해 왔는데도 충남도가 너무 안이하게 유치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며 “상황이 끝난 뒤 뒷북 치는 충남도와 천안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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