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만취 행세에 옷 갈아입기 등 변장의 귀재…
대구, 서울 등 전국을 무대로 아파트를 돌며 절도한 30대가 검거됐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지난 20일 아파트만을 골라 베란다로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야간침입 절도)로 A(33)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일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타고 침입해 금고 안에 든 현금 등 3억 3,000만원을 훔치는 등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과 대구 등 11곳에서 현금 2억 7,000만원 수표 6,000만원 귀금속 62종 등 4억 4,000만원의 현금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검거 당시 뚜렷한 직업 없이 혼자 살고 있던 A씨는 100억을 목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후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옷과 모자를 갈아입고 △수시로 대로를 무단횡단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거리 배회 △술에 취한 척 비틀비틀 대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베란다를 통해 침입하는 수법을 썼던 A씨는 현관이나 복도로 침입한 흔적은 물론, 범행 현장에 족적과 흙 등을 전혀 남기지 않았고, 버리고 간 모자에서 DNA가 발견됐지만 범죄 전과가 없어서 조회에 실패하는 등 조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범죄 발생 부근 CCTV 분석 등 16일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경기도 평택 소재 오피스텔에 은신 중이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해군 의장대 출신의 183㎝의 건장한 체격으로, 검거된 오피스텔 아령과 철봉 등 체력단련 기구를 설치해 범죄를 위한 꾸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인터넷 조사로 서울, 대구 등 부유한 아파트를 검색해 범죄 대상을 물색했다는 A씨는 훔친 귀금속 등을 판매하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따라 금괴를 녹여 금바로 만들려는 시도를 한 흔적도 발견됐다.
A씨는 훔친 귀금속 일부를 서울 일대 보석상에 팔아 2,000만원 상당을 마련해 방세 등을 지출한 것 외에는 사용하지 않아 4억 2,000만원 상당을 회수했다.
회수품은 대부분 피해자 확인을 끝마쳐, 오늘 피해자들에게 다시 돌려줄 계획이다.
수성경찰서 안재경 형사과장은 “지난 10여년 간 발생한 주거침입 절도 사건 중 가장 큰 피해금과 피해 회수금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진술에 따라 14~15회 이상의 절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여죄 등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