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미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우주군(Space Force) 창설의 토대가 될 법안 마련을 지시하는 ‘우주 정책 명령 4’에 서명하며 한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모든 미사일을 추적해 파괴하겠다”는 게 우주군의 목표다. 우주 비행체나 위성 레이저 등으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계획은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0년대 전략방위구상(SDI)이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 트럼트 대통령의 손에 의해 부활했다.
□ 미국을 자극한 것은 중국의 우주몽(宇宙夢)이다. 중국은 이미 2015년 전략 핵ㆍ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을 확대한 전략지원군 안에 항공우주군을 창설했다. 미국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엔 달 탐사선 창어(嫦娥ㆍ신화 속 달의 여신)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50년 전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곳은 달 앞면이었다. 달 탐사 로봇 위투(玉兎ㆍ옥토끼) 2호가 찍은 사진은 통신 중계 위성 췌차오(鵲橋ㆍ오작교)를 통해 지구로 전송되고 있다.
□ ‘스타워즈’라면 러시아도 빠질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새 우주 전략에 맞설 대응책을 주문했다. 1년 전 국정연설에선 시속 2만5,000㎞의 속도로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아방가르드’도 공개했다. 일본은 발빠르게 미국 편에 섰다. 미 위성이 공격받아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한 가상훈련에도 참가하고 있다.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는 22일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류구(龍宮)에 착륙했다.
□ 스타워즈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잖다. 새 먹거리가 필요한 군산복합체의 농간이란 의심도 든다.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은 스타워즈를 준비하고 있다. 가능성이 희박해도 국민 안전을 위해선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우린 지척의 북한 핵ㆍ미사일에도 너무 둔감하다. 장사정포 등 북의 다연장 로켓과 방사포만 5,500여문으로, 우리의 27배다. 대응책 마련보다 북의 선의에만 기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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