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토지자산 규모가 지난 10년간 장부가액 기준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본연의 생산활동보다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워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기준 5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 자산은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67조5,000억원으로 2007년(23조9,000억원)보다 2.8배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실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도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로 24조7,000억원에 달했다. 2007년 당시 7조7,000억원으로 1위였던 삼성은 2017년에는 16조2,00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SK(10조2,200억원) 롯데(10조1,900억원) LG(6조3,0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0년간 토지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현대차로 2007년 5조3,000억원에서 2017년(24조7,000억원)까지 10년 만에 19조4,0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은 8조4,000억원, SK는 7조1,000억원, LG 4조8,000억원 롯데는 4조원이 각각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현대차와 LG는 4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SK는 3.3배 삼성 2.1배 롯데는 1.6배 뛰었다.
그룹 계열사 중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차(10조6,000억원), 삼성전자(7조8,000억원), 기아차(4조7,000억원), 호텔롯데(4조4,000억원), 현대모비스(3조5,000억원) 순으로 5위 내에 현대차 그룹 계열사 3곳이 이름을 올렸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재벌들이 지난 10년간 땅 사재기를 통해 자산(몸집)을 불리는데 주력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기업들이 본연의 주력사업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한 10년간 부동산 거품이 커지고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의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를 사업보고서상 의무적 공시 및 상시 공개하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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