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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의 혈맹, 중국

입력
2019.02.2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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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 북한은 중국과 두 번의 조율 과정을 거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뒤 곧바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했다. 1월 27일에는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친선 예술단의 베이징 공연을 시진핑 주석을 비롯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관람했다.

지난해 3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시작된 북한과 중국의 밀월관계는 다소 의외다. 중국이 후원했던 김정남 살해 사건 등으로 양국 관계가 소원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생각이 많이 달라 2014년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중국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맞서 싸우겠다고까지 했다.

북한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난관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을 배제하고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을 불러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식량, 에너지를 비롯해 북한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어 북한이 소극적인 입장으로 바뀌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분노해 1차 회담을 취소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단계적 제재 완화에 소극적인 데 불만을 품고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에 힘쓰게 되었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이 주장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로서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강조한 데 주목한다.

그럴 듯한 논리지만 이러한 주장은 북한이 과거 중국과 돈독한 사이면서도 독립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역사는 설명하지 못한다.

북한은 중국의 국공 내란 시절 마오쩌둥(毛澤東)을 도와 장제스(蔣介石) 정부와 맞섰고 그 대가로 중국은 6ㆍ25전쟁에 끼어들었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인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유일하게 동맹 관계를 맺은 나라지만 70년대 중국이 소련과 격렬히 대립하면서 줄 세우려 할 때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조선의 사대주의처럼 중국이 부르면 가는 관계도 아니었고 주체사상을 기둥 삼아 대등함을 강조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난국을 타개하려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지만 북한을 발전시킬 만큼 시장을 열어주고 투자할 능력은 없다는 것을 오랫동안 거래해온 북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많은 개발도상국을 끌어들였지만 스리랑카를 1년 부채상환액이 외환보유액에 맞먹는 빚더미에 앉게 한 것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갑자기 중국과의 긴밀함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고 할까? 이는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 경제로 편입하려는 마음을 굳힌 신호일 것이다. 북한은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고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장마당에서 시장경제의 맛을 알고 돈 버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배고픔을 참으라고 해선 더 이상 정권의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김정은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2009년 화폐개혁이 주민들의 반대로 실패하면서 집권층이 위기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북한은 역설적으로 중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협상 타결의 절박함이 있고, 실패 시 대안이 없는 것으로 비치면 협상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거 중소 이념 분쟁에서 북한이 최대한 실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힘이 대등한 중국과 소련의 대결 구도였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시도는 한반도에도 평화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길조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기대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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