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한국닛산이 V6 VQ35DE 엔진을 품은 ‘4도어 스포츠카’ 닛산 맥시마를 선보였다.
당시 한국 닛산은 닛산 맥시마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무척이나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선보였다.
하지만 성공을 속단하거나 약속할 수는 없었다. 시대는 점점 다운사이징 흐름에 접어들었고, 강력한 VQ 엔진을 품었지만 CVT와 전륜구동이라는 레이아웃은 ‘정통 스포츠카’와는 거리가 멀어 대중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9년, 맥시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건 아니지만 변동이 크지 않는 판매를 이어가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싱모델 정주희가 닛산 맥시마의 스티어링 휠을 쥐었다.
과연 그녀는 닛산 맥시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존재
닛산 맥시마를 보는 순간 드는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꽤 크다!’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런데 왜이리 스포티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형 스포츠 세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맥시마는 말 그대로 ‘노골적’으로 스포티한 감성을 마구 뿜어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앞모습은 정말 여느 고성능 스포츠, 그러니까 ‘스포츠 쿠페’의 앞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특히 강렬하게 느껴지는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그릴, 그리고 한껏 볼륨감을 살린 보닛 라인 등을 살펴보더라도 정말 강렬하고 공격적인 느낌의 스포츠 쿠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측면의 디자인 역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앞부분부터 뒤까지 이어지는 역동성과 강렬함이 무척이나 돋보였습니다. 다만 대형 세단이라고 하는데, 실내 공간이 그렇게 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2열 도어가 왜이리 작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신 C 필러 부분에 검은색 디테일이 더해지고, 후면 디자인 또한 일반적인 대형 세단들이 보여주는 안정감 보다는 앞모습처럼 날카롭고 스포티한 감성이 드러나는 모습이라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인의 호불호를 떠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볼드한 존재감, 닛산 맥시마
맥시마의 실내는 말 그대로 ‘볼드’한 느낌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대놓고 스포츠 성향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스티어링 휠이나 운전석 주변의 모습은 말그대로 ‘스포티한 차량’의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계기판이 조금 투박한 느낌이지만 운전에 대한 정보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또 센터페시아 또한 운전자를 위해 명확히 구성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대시보드에 우드 패널이 적용된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스포티한 성향에 집중한다면 ‘굳이 우드트림을 넣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드트림 외에도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들은 더욱 다양할 텐데 말이죠.
시트의 느낌도 제법 스포티한 느낌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차량이라 시트가 조금 크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시트의 전체적인 형태나, 또 허벅지 시트 쪽이 늘어나는 등의 기능 등을 보았을 때에는 말 그대로 ‘스포츠 성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에 환영 받을 공간이라 생각됩니다.
2열 공간은 좀 미묘한 느낌입니다. 맥시마가 대형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중형 세단보다 그 공간이 다소 좁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시트의 디테일이나 쿠션감 등은 만족스러운 모습이지만 대형 세단에 기대하는 넉넉한 공간을 구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열 공간을 살펴보면 여유보다는 드라이빙에 목적을 둔 차량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달리는 즐거움으로 단점을 지워내는 닛산 맥시마
닛산 맥시마를 살펴보며 드는 생각은 ‘매력은 있지만, 그 만큼 단점도 보이는’ 차량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요인들, 그러니까 ‘디자인부터 느껴지는 스포티한 감성이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시트에 앉아 주행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우려되었던 점, 단점으로 느껴진 점들이 모두 사라지고 짜릿함을 느끼게 됩니다. 숨을 한 번 고르는 척하던 맥시마는 곧바로 차량이 갖고 있는 출력(303마력 / 36.1kg.m)의 토크가 말 그대로 포효하듯 질주합니다.
가속하는 그 상황은 정말 즐거움이 가득해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 가속도가 빠르고 느림을 떠나서 운전자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그 재미가 더욱 치명적입니다. 과속카메라가 없는, 속도를 무한정 낼 수 있는 곳이었다면 정말 엑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습니다.
페달을 밟는 대로 질주하는 느낌이나, 또 RPM이 상승하면서 손, 발 그리고 귀로 전해지는 그 느낌 또한 무척이나 즐겁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괜히 닛산이 해외 시장에서 ‘4도어 스포츠카’라는 설명을 했던 게 거짓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면 탈수록 더 타보고 싶고, 또 더 가속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했습니다.
덧붙여 차량의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면 그 재미가 더욱 치열하게 느껴집니다.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이나 사운드 등이 더욱 명확히 느껴지고, 또 계기판 또한 붉은색으로 구성된 화면까지 추가되니 그 감성적인 즐거움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이렇게 되니, 2열 공간이 좁고, 불편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합니다.
그런 와중에 편하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스포츠 성향의 차량이라고 한다면 승차감 부분에서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을 텐데, 맥시마는 충분히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맥시마를 타면서 과속 방지턱 등과 같은 곳을 지나더라도 충분히 일반적인 승용차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능숙한 모습이었습니다. 만약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었다면 남성분들이 좋아하겠지만 전 딱 이 정도로 타협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차량을 다루는 데에서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차량이 큰 편이지만 막상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차량의 길이나 차량의 크기가 부담되지 않고, 편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보닛 라인에 볼륨이 크다 보니까 적응되기 전까지는 조수석 앞쪽의 시야를 확보하기가 조금 어려운 점은 단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한편 시승을 하기 전 맥시마를 검색하며 CVT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주행하며 제 개인적으로는 따로 문제가 되거나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더 강렬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조금 더 스포티한 스타일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상과 함께 스포티한 감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재미있는 차량’으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 닛산 맥시마
닛산 맥시마와 함께 달린 건 무척이나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부담이 될 정도로 딱딱하거나 과격하지 않고, 일상을 함께 하고 또 ‘달리고 싶을 때’ 확실히 달려줄 수 있는 그런 존재라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2열 공간이 좁다는 생각이 더 컸는데, 주행을 한 후에는 ‘2열 공간이 좀 좁으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밀리 세단이 필요하지만 ‘또 달릴 수 있는 차량’을 생각한다면 맥시마가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닛산 맥시마, 이대로 한 달 정도 시승하고 싶은 차량이었습니다.
취재협조: 레이싱모델 정주희
정리 및 수정: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