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도전은 아름답다. 배우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장르나 캐릭터의 변주를 통해 배우는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시험하는 것은 물론, 자청해서 심판대에 오르는 것이다. 단연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정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것을 증명해왔다. '모래시계' 이후 인기의 정점에 있을 때 코미디 작품에 출연하고, 불륜을 다룬 영화도 선택했고, 지고지순한 순애보도 그렸다.
혹자는 이정재의 가벼운 코믹 캐릭터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기자에게 평소 유머러스한 편은 아니라고 털어놓은 그는 "코미디가 굉장히 어려운 장르"라고 말했다.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연출자와 연기자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거에요. 저도 잘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재능이 없는 거 같고 동료배우나 연출자의 도움을 받아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죠. 평소엔 제가 유머감각이 있는 거 같진 않아요. 나이가 있어서 예의상 웃어주는 거 같기도 하고요. 하하."
신비로운 배우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정재지만, 세월 속에서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도 얻었다. 지금은 대중과 밀접해졌다는 걸 스스로도 느낀다고 했다.
"패러디가 많아졌죠. 저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긴 거고 그로 인해서 나오는 거 같아요. 제가 했던 연기가 1차적인 효과라고 보면 (패러디는) 2차, 3차로 다시 돌아오는 거라서 배우 입장에서도 즐거운 일이죠."
최근 정우성이 출연한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도 재밌게 봤다고 털어놨다.
"방송을 봤어요. 실검에도 오르고. 같이 출연이요? 하면 재밌겠죠.(웃음) 제가 예능을 언제 하고 안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저도 '전참시'를 자주 봐요. 매니저의 생활도 나오고 특히 이영자씨가 맛 표현을 워낙에 창의적으로 하니까 그런 재미도 있고요. 우성 씨가 참 소탈하게 나오는 모습을 저도 화면에서는 오랜만에 봐서 좋았아요."
과거 이정재는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면 후배들 눈치를 보게 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여전히 그렇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니까 선배에 대한 예우를 해주려고 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그러지 마라. 내가 그렇게 큰 대선배는 절대 아니고 동료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후배들을 대하죠. 저도 모르게 좀 더 친근 혹은 가볍게 대하는 거 같아요. 선배 대접을 해주려고 하는 그들의 불필요한 노력이 제게는 오히려 같이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이정재는 '후배들이 잘할 수 있는 길을 닦는 게 선배'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선배에게 받은 유산이니까요. 한국영화 사업을 산업으로 만든 건 선배들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 가능했던 거라 생각해요. 그 유산은 내 것이 아니라 전달이 되어야 하는 유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 키우고 만들어서 전달을 해야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