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인 25일(현지시간) 북측 선발대 숙소인 멜리아 호텔 객실에 배포된 안내문. 하노이=김정원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2/25/201902252384080331_6.jpg)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숙소는 베트남 하노이의 멜리아 호텔인 것으로 25일(현지시간) 최종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이날 호텔 측이 투숙객에게 김 위원장의 체류 사실을 알리면서다. 김 위원장은 최대 내달 3일까지 하노이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오후 멜리아 호텔 측은 전 객실에 A4용지 한 장으로 된 안내문을 비치했다. ‘소중한 손님들에게’라고 시작된 안내문에는 “우리 호텔에 머무는 국가 정상의 방문으로 인한 베트남 정부의 외교 의전에 따라 호텔 로비에 보안 검색대가 설치될 예정임을 알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호텔 측은 “호텔 내 전 구역의 보안이 강화될 예정”이라며 “보안 검색대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설치돼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호텔에는 전날 입국한 북측 선발대가 숙박하고 있어, 안내문에 나온 국가 정상은 곧 김 위원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멜리아 호텔은 막판까지 김 위원장의 숙소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공식적으로 이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멜리아 호텔과 함께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묵고 있는 베트남 정부 영빈관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특히 이날 오전 영빈관 내 주차장에서는 1시간 45분 가량 군 병력의 폭발물 검사가 이뤄진 데다 건물 보수 공사도 계속돼 숙소로 낙점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북측 선발대 100여명이 이미 묵고 있는 멜리아 호텔로 확정된 셈이다.
멜리아 호텔 측은 같은 날 오후부터 눈에 띄게 김 위원장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호텔 내 베트남 정부 측 인력으로 보이는 사복 경찰 20여명이 로비에 포진했으며 경찰 탐지견도 투입돼 호텔 정문과 화단, 차량 등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뤄졌다. 호텔 주변으로 총기와 방탄조끼로 무장한 경계병력도 배치됐다. 낮 동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위원장의 수행단은 취재진 대부분이 철수한 오후 9시를 넘기자 객실로 알려진 21층과 로비, 행사장이 위치한 2층 등을 활발히 오갔다.
북측이 멜리아 호텔로 숙소를 정한 의도에 대한 평은 분분하다. 이 호텔 7층에는 미 백악관의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측 취재진과 백악관 관계자들은 24~25일 멜리아 호텔에 속속 도착해 로비 곳곳에서 팀 회의를 하는 등 자유롭게 왕래했다. 북측이 통상 보안 및 경호를 극도로 중시해 온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지만,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노출 전략’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프레스센터는 일반 객실과는 분리돼 있지만 로비를 통해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언론에 자신을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 측 안내문에 보안 검색대 설치 기간이 내달 3일까지로 명시된 것도 주목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오는 28일까지이나, 이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최대 사흘간 더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체류 기간을 연장한다면 주로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 등 베트남 정부 측과 공식방문 일정을 성대하게 치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노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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