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 득실 논란 가열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곳을 해체해야 한다는 환경부 4대강 조사ㆍ평가 기획위원회(기획위) 제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위가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세 곳을 해체하는 것이 경제성이나 환경 개선 효과가 높다고 판단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획위의 결정 근거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빚었던 사안인 만큼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쟁점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농업용수 확보 문제 없을까
기획위는 보를 해체하면 물의 흐름이 원활해져 홍수 예방 효과가 더 커지고 가뭄이 오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보 인근 주민들은 보 해체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와 주변 지천 수위도 낮아지면서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져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공주보 상류의 공주시 쌍신동ㆍ검상동ㆍ우성면ㆍ의당면 300여 농가는 공주보를 열면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 피해를 입는다며 보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보를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를 공급해온 관정의 상당수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영산강 주변의 광주ㆍ전남지역 농민단체와 농민들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벼와 보리를 재배하는 전남 나주시 농민 박모(66)씨는 “보를 해체해 가뭄이 지속되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큰 걱정”이라며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들어 놓고 뒤늦게 철거한다면 앞으로 누굴 믿겠냐”고 질타했다.
환경부도 보를 해체할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농민을 도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진 보를 해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유역협력소통팀의 염정섭 유역협력소통팀장은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며 농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에 대해 농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대책을 수립하기 전까진 보 해체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농민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친 뒤 당면 문제들을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보 유지 경제적 가치 평가 과소평가 됐나
보 해체 결정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기획위 내 전문가들은 보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과 유지할 때 드는 관리비용, 보를 해체함으로써 얻는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 효과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비용편익 분석을 한 결과, 보 3곳을 해체할 경우 총 900여억원이 들고 농업용수 확보 대책 마련 등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까지 고려하더라도 2062년까지 해체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비해 1,700억원 가량이 이익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보 유지 시 생기는 경제적 가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한다. 물 이용에 따른 이익이나 보 인근의 공원 등 각종 편의시설의 가치를 낮게 산정했다는 것이다. 또 수질ㆍ생태 개선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4대강 조사평가단의 서영태 평가총괄팀장은 “수질ㆍ생태 편익 산출에 적용한 방법은 학계와 실무에서 범용되는 방법론”이며 “보 유지 편익도 경제성 분석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누가 어떤 의도에서 비용ㆍ편익분석을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법론을 엄밀하게 적용하면 매우 유용한 경제성 분석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이번 기획위의 분석 결과도 원칙적인 선을 준수해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년 반의 모니터링 기간 적정했나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한 뒤 결과를 모니터링해 실측 자료를 확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반 가량의 모니터링 결과가 충분한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보의 효과나 영향에 대해 평가하려면 좀 더 오랜 기간 모니터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4대강 조사ㆍ평가 전문위원회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금강의 세종보 정도만 해체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지켜본 뒤 다른 두 보를 해체해도 늦지 않을 텐데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1년여 기간 축적된 자료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계절적 특성이 뚜렷해서 강의 생태적 환경이 매년 비슷하다고 보면된다”며 “ 그동안 환경부가 수질과 생태에 관해 축적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서영태 팀장은 “모니터링 기간이 길수록 보 처리방안 마련의 근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유지ㆍ관리에 비용이 과다하게 추가 소요된다”며 “일부 유역의 수질과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