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가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도입한 ‘어르신 공로수당’의 후폭풍이 거세다. 포퓰리즘적 현금성 복지라는 비판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까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중구는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 1만1,000여명에게 어르신 수당 10만원을 지급했다. 어르신 수당이 기초연금과 중복된다는 복지부의 제동에도 구 예산으로 강행한 것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자체는 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를 해야 한다. 어르신 수당은 우리 구에 맞는 맞춤형 복지다”고 주장했다. 노인에 대한 복지 지출이 과도하다면 모를까 절대적 지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의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토로다. 실제 중구는 서울 자치구 중 저소득 독거노인 비율과 8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률, 노인 고립과 자살 우려 비율이 가장 높다. 오히려 기존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기초연금을 보완하는 게 어르신 수당이라고 중구 측은 설명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포퓰리즘 논란을 떠나 지자체별 형평성 문제에도 연결돼있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당장 긴급한 복지 수요가 도처에 널렸는데 현금을 살포하는 선심성 지원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의도는 좋지만 하고 싶어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 주민들이 느낄 소외감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절반 이상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10~20%대에 머무는데 반해 중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53.39%에 이른다. 어르신 수당을 지급하는 데 드는 예산 156억원도 전시성 행사나 불필요한 토목사업 등에서 줄여 충분히 마련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구의 사업 강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복지부의 생각은 다르다. 어르신수당이 기초연금과 지원대상, 지급 방식이 같아 중복 사업이라고 본다. 직접 현금으로 주지 않더라도 카드에 매월 10만원씩 포인트로 충전해 관내 전통시장 등에서 지역화폐로 쓸 수 있게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이 기초연금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사회보장제도 신설ㆍ변경 협의 운용지침이 바뀌면서 복지부의 재협의 요청을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더라도 당장 중단시킬 수단은 없는 형편이다. 다만 기초연금법 시행령에 지자체가 유사 성격의 급여ㆍ수당을 지급할 경우 국가보조금 지원을 10% 감액하도록 하고 있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서일환 복지부 기초연금과장은 “중구가 재협의에 응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면 기초연금 재정 지원 삭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시민에게 무엇을 할지를 경쟁하게 하는 게 지방자치제도의 취지고 전체 국민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며 “예산 문제로 자체 복지를 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중앙정부가 균형발전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야지 할 수 있는 지자체에 제동을 거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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