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감독은 소수자 혐오ㆍ반이민 정책 고수하는 트럼프 맹비난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영국 록그룹 퀸의 브라이언 메이(왼쪽)와 미국 가수 애덤 램버트가 오프닝 공연을 펼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와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 극장 안에 울려 퍼졌다. 객석에 자리한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떼창’을 연출했다. 전설적인 록밴드 퀸은 영화 시상식장을 록 콘서트장으로 바꾸어 버렸다.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상)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주인공인 퀸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현란한 연주에 맞춰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애덤 램버트의 보컬이 폭발했다. 공연이 끝난 후 객석은 기립박수로 전설을 예우했다.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은 “우리는 성소수자이자 이민자인 프레디 머큐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렇게 그와 그의 이야기를 축하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로 이집트 이민자 가정 출신인 내 이야기의 일부도 지금 쓰이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흑인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인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감독은 “2020년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모두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옳은 일을 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소수자 혐오와 반이민자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객석의 배우들과 감독들은 기립박수와 힘찬 환호로 지지의 뜻을 보냈다.

스파이크 리(왼쪽 세 번째) 감독이 '블랙클랜스맨'으로 제91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각색상을 받은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블랙 필름'의 대표 주자인 리 감독이 1983년 데뷔 이래 오스카 경쟁부문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그는 2016년 공로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외국어영화상 시상자인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어로 “어떤 지역에서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며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 중요성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외국어영화상의 의미를 짚었다.

지난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 절친한 친구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올해 감독상 트로피를 건넸다. 두 감독 모두 멕시코 출신으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함께 ‘스리 아미고스(Three Amigosㆍ세 친구)’라 불린다.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 ‘스리 아미고스’를 공동 설립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2015)으로 앞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로 감독상을 받았다. ‘로마’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멕시코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스리 아미고스’의 아카데미 완전 정복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1989년 제61회 시상식 이후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진행됐다. 당초 사회자로 낙점됐던 흑인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과거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하차했고, 그 빈 자리를 배우 13명이 돌아가면서 매끄럽게 채웠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2018)에서 개성 있는 조연으로 활약한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도 단편애니메이션상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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