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조강특위 조율 때 가장 힘들어”
2ㆍ27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 선출과 동시에 임기를 마무리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전대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의 우경화 우려에 대해 “한국당이 과거에 보였던 극단적인 우경화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퇴임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지지자 모임이 이날 공식 출범하면서 그가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임기를 이틀 남겨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며 “한 번씩 그런(우경화) 모습이 나오지만 물은 앞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당의 발전을 자신했다. 이어 “당원들이 굉장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지나친 주장이 있어도, 또 우려되는 움직임이 있어도 다 용해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임기 막판 유독 부침이 많았다. 당 소속 의원들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불거졌고, 그 와중에 당권주자 6인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겹친 전대 일정 연기를 요구하며 ‘전대 보이콧’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5ㆍ18 폄훼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당 지도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에 대해 “저는 (대응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즉각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바로 집행하기보다 관계된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가능한 조율을 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7개월여의 비대위 활동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제일 괴롭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는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할 때 위원으로 어떤 분을 모시느냐를 두고 당내 여러 의견 조율하는 과정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면서 조강특위 외부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 해촉 사태의 경우 “제가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일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반대로 자신의 공(功)과 관련해서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반성으로 인적쇄신을 단행했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당협위원장 선발 오디션 활용 등 당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실험을 했다”고 자평했다.
김 위원장은 대권 도전 등 향후 거취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배우고 고치겠다”며 “비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해서든 당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생해야 할 일이 있다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지지모임인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참석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긴 했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대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범식에는 추최측 추산 1,300명이 참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