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역할을 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가 변동형 대출 금리보다 낮은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들도 변동형 보다는 혼합형 주담대를 찾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지난 1년 사이 0.62∼0.8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날 기준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고정금리는 2.89∼4.23%로, 딱 1년 전(작년 2월 26일, 3.70∼5.04%) 보다 0.81%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3.81∼4.92%→3.09∼4.20%)이 0.72%포인트, 우리은행(3.76∼4.76%→3.05∼4.05%)과 국민은행 (3.54∼5.04%→2.83∼4.33%)이 각각 0.71%포인트, 하나은행(3.669∼4.869%→3.050∼4.250%)이 0.619%포인트 내렸다.
이처럼 고정금리가 대폭 떨어진 건 금리산정의 기준인 장기 금융채 금리가 내리막을 타고 있어서다. 지난 22일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2.052%)는 약 1년 전인 지난해 2월 26일(2.724%) 보다 크게 낮아졌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여파로 상승하던 금융채 등 시중금리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신중론 입장과 국내 기준금리 유지 전망 등으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 역할을 하는 코픽스 지수는 수신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최근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 변동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던 고정금리가 오히려 변동금리보다 낮은 이상 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추세에 고객들도 요즘은 혼합형 주담대로 부쩍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미 변동형 주담대를 받은 고객들도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권유를 내놓는다. 미국이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한다고 했지만, 금리 인상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혼합형과 변동형 간 금리차가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으므로, 변동 주담대 고객도 은행에서 상담 받고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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