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강정호는 정말 미친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팀 동료인 프란시스코 세르벨리는 “8년을 쉬고 와도 홈런을 치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현지 취재진도 당황한 듯 경기가 끝나자마자 강정호에게 몰려들었다. 4년 만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린 강정호(32)를 두고 모두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강정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시범경기에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에서 잇달아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2015년 4월 5일 이후 1,423일 만에 시범경기 무대를 밟았고 2015년 3월 30일 이후 1,429일 만에 나온 시범경기 홈런이었다. 세 차례 3루 수비도 군더더기 없었다. 음주운전 사건 여파로 2017년을 통째로 쉬었고, 2018년 시즌 말미에 단 3경기만 치른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허들 감독은 경기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강정호가 홈런을 쳤을 때 토미 프린스 벤치코치와 내가 마주 보며 '강정호는 정말 미친 사나이'라고 말했다"라면서 ”3루 수비에서도 5이닝 동언 엄청난 움직임을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강정호는 1회 마이애미 선발 트레버 리처즈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월 솔로포를 터뜨린 데 이어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국내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KIA 출신의 헥터 노에시와 만나 다시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강정호는 경기 후 “복귀전을 치를 때면 팬들이 기대하시는 게 있지 않은가. 홈런을 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강정호는 ‘복귀전의 사나이’로 통한다. 무릎 부상 후 232일 만에 나선 2016년 5월 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홈런 두 방을 쳤고, 왼 어깨 부상을 딛고 돌아온 2016년 9월 6일 세인트루이스와의 선발 복귀전에서도 멀티 홈런을 때렸다. 음주운전 여파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지난해 9월 29일 신시내티와 복귀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한 데 이어 또 한번 긴 공백 끝에 맞은 실전에서 일을 낸 것이다. 강정호는 “오랜만에 실전이라 경기 전에는 떨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정규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이 기분과 느낌을 잘 유지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32ㆍLA 다저스)도 이날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류현진은 애리조나주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5년 만의 2월 시범경기 등판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라고 만족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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