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보드게임 클럽 ‘BP’
BP 멤버들이 ‘First Class’라는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보드게임으로 당신만의 큰 그림을 그려보세요.”
최근 한국 보드게임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보드게임 시장은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보드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알아보기 위해 보드게임 모임 ‘BP’를 만나봤다.
BP는 성남ㆍ판교 지역 사람들의 보드게임 모임으로, 모바일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소모임’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2014년에 만들어져 햇수로는 벌써 5년이 넘어간다.
모임명 BP는 큰 그림이라는 뜻의 ‘Big Picture’의 약자다. 윤관(28) 모임장은 “보드게임에서 특정 액션을 선택하면서 자신만의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모임은 크게 정모(정기모임)와 ‘번개’로 나뉘는데, 실질적인 모임은 대부분 번개로 이뤄진다. 멤버 대부분이 분당선 근처에 사는 20~30대 직장인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한 서현역과 모란역에서 자주 모인다. 정모는 격주에 한 번 진행되며 6~20명이 참석하고, 번개는 거의 매일 진행되며 4~8명 정도가 참석한다. 하루에 여러 개의 번개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 16일 오후 6시 서현역 근방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이날 번개에는 기자 포함 4명의 인원이 모였다. 옆 테이블에서는 다른 번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윤 모임장이 첫 번째로 꺼낸 게임은 ‘First Class’. 이 게임은 자신의 객차를 만들어가면서 기차를 운용하는 게임이다. 꽤 복잡한 게임이라 규칙 설명에만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객실 하나로 시작한 기차가 점점 길어지고 노선 역시 복잡해졌다. 치열한 접전 끝에 김우섭(28)씨가 1등을 차지했다. 기자는 꼴등이었다. “김 씨는 워낙 1등을 많이 해서 감흥도 없을 것”이라는 다른 멤버들의 말에 “최선을 다해야 함께하는 플레이어들도 재미있다. 항상 열심히 참여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두 번째 게임 ‘Ticket to Ride Europe’은 기차로 대륙을 횡단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유럽 지도에 있는 기차 노선을 이용해 많은 도시를 여행하고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앞선 게임보다는 규칙이 간단해서 플레이 하는 데 용이했다. 꼴등의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카드를 모으고 기차를 배치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놀랍게도 1등을 차지했다. 꼴등에서 1등이 되니 성취감이 남달랐다. “처음인데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기자님한테 져주느라 힘들었다”는 너스레가 이어졌다. ‘겜알못’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답답할 법도 한데, 몇 번이고 친절하게 규칙을 설명해준 멤버들 덕에 처음 접하는 게임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게임하다 보니 어느새 4시간이 지나 있었다.
보드게임의 매력을 묻자 윤 모임장은 “흔히 TV를 바보상자라고 한다. 보드게임은 생각하는 상자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영상물 기반의 시대에서 생각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대에 역행하는 참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P는 당신만을 위한 도화지를 제공해줄 수 있다. 붓도 연필도 필요하지 않다”면서 “당신의 상상과 생각으로 당신만의 아름답고 큰 세계를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글ㆍ사진=김아람(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BP 멤버들이 유럽지도를 펴놓고 ‘Ticket to Ride Europe’ 게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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