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쿼트(Squat)는 쪼그려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 하체 근육운동이고, ‘스쿼팅(Squatting)’은 성향이나 지향을 공유한 소수가 어떤 건물이나 좁은 지역에 대해 배타적 점유권을 주장하며 장시간 버티는 일종의 저항운동이다. 제 영역 바깥의 세계에 간섭하지 않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소극적이고 폐쇄적이지만, 사적 소유권에 기반한 근대 자본주의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전위적이고 과격하다.
2014년 책 ‘그림자 도시들(Shadow Cities)’을 쓴 미국 저널리스트 겸 작가 로버트 뉴워스(Robert Neuwirth)에 따르면 스쿼팅은 고인류가 각자의 주거ㆍ생활 공간을 선택하던 전통에 뿌리를 둔 오래된 문화다. 그에 따르면, 건물과 공간은 단순히 재산으로서의 유형적ㆍ물질적 가치를 넘어 긴 세월 사람들이 그 공간에 축적해 온 무형의 가치가 내포돼 있으며 그 가치의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 즉 스쿼터들이 지구상에 유럽과 아시아, 남북아메리카를 불문하고 약 10억명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이들이 2006~2007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웅돔슈세트(Ungdomshuset, 청년들의 집이란 뜻)’의 청년들이었다. 1897년 시민회관의 용도로 지어진 4층 건물은 20세기 초 노동운동의 거점으로, 제2인터내셔널의 다양한 국제행사지로 쓰였다. 시 당국은 82년 한 청년단체에 건물을 무상 임대했다.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주축이었던 그들은 스쿼팅의 전형적 문화, 즉 공동체 내 물질 소비의 최소화와 평등, 자유의 ‘해방구’를 구축하며 웅돔슈세트의 가치를 일궜고, 96년 화재로 전소되다시피한 뒤에도 건물을 폐쇄하려던 시의회를 설득해 건물을 직접 수리ㆍ보수했다.
건물이 한 종교단체에 매각된 건 2000년 말이었다. 퇴거와 저항의 긴 대립과 법정투쟁 끝에 그들은 패배했고, 공권력의 강제퇴거에 맞서, “2차 대전 이래 가장 격렬한 양상의 시위”를 벌였다. 해외의 동조자들도 적잖이 가세했다. 경찰은 2007년 3월 1일 웅돔슈세트 건물을 소개(疏開), 약 닷새 뒤 철거했다.
청년들의 시위는 이후로도 매주 정기적으로 반복됐고, 긴 협의와 줄다리기 끝에 시당국은 2008년 7월 시 북서지역에 새로운 건물을 건립, ‘뉴 웅돔슈세트’를 열게 했다. 스쿼팅의 드문 승리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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