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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웅돔슈세트(3.1)

입력
2019.03.01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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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막바지인 2006년 무렵의 웅돔슈세트. 위키피디아
저항의 막바지인 2006년 무렵의 웅돔슈세트. 위키피디아

스쿼트(Squat)는 쪼그려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 하체 근육운동이고, ‘스쿼팅(Squatting)’은 성향이나 지향을 공유한 소수가 어떤 건물이나 좁은 지역에 대해 배타적 점유권을 주장하며 장시간 버티는 일종의 저항운동이다. 제 영역 바깥의 세계에 간섭하지 않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소극적이고 폐쇄적이지만, 사적 소유권에 기반한 근대 자본주의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전위적이고 과격하다.

2014년 책 ‘그림자 도시들(Shadow Cities)’을 쓴 미국 저널리스트 겸 작가 로버트 뉴워스(Robert Neuwirth)에 따르면 스쿼팅은 고인류가 각자의 주거ㆍ생활 공간을 선택하던 전통에 뿌리를 둔 오래된 문화다. 그에 따르면, 건물과 공간은 단순히 재산으로서의 유형적ㆍ물질적 가치를 넘어 긴 세월 사람들이 그 공간에 축적해 온 무형의 가치가 내포돼 있으며 그 가치의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 즉 스쿼터들이 지구상에 유럽과 아시아, 남북아메리카를 불문하고 약 10억명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이들이 2006~2007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웅돔슈세트(Ungdomshuset, 청년들의 집이란 뜻)’의 청년들이었다. 1897년 시민회관의 용도로 지어진 4층 건물은 20세기 초 노동운동의 거점으로, 제2인터내셔널의 다양한 국제행사지로 쓰였다. 시 당국은 82년 한 청년단체에 건물을 무상 임대했다.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주축이었던 그들은 스쿼팅의 전형적 문화, 즉 공동체 내 물질 소비의 최소화와 평등, 자유의 ‘해방구’를 구축하며 웅돔슈세트의 가치를 일궜고, 96년 화재로 전소되다시피한 뒤에도 건물을 폐쇄하려던 시의회를 설득해 건물을 직접 수리ㆍ보수했다.

건물이 한 종교단체에 매각된 건 2000년 말이었다. 퇴거와 저항의 긴 대립과 법정투쟁 끝에 그들은 패배했고, 공권력의 강제퇴거에 맞서, “2차 대전 이래 가장 격렬한 양상의 시위”를 벌였다. 해외의 동조자들도 적잖이 가세했다. 경찰은 2007년 3월 1일 웅돔슈세트 건물을 소개(疏開), 약 닷새 뒤 철거했다.

청년들의 시위는 이후로도 매주 정기적으로 반복됐고, 긴 협의와 줄다리기 끝에 시당국은 2008년 7월 시 북서지역에 새로운 건물을 건립, ‘뉴 웅돔슈세트’를 열게 했다. 스쿼팅의 드문 승리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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