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교정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치과 추천 좀 부탁 드려요.”
“저희 남편이 다니던 곳이 있는데, 이번에 병원확장도 해서 더 깨끗해지고 원장님도 꼼꼼히 잘 봐주셔요.”
알고 보니 같은 회사에서 쓴 질문과 답변이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180여 곳 인터넷 맘카페에 허위 광고를 올린 A사 이모(30) 대표 등 임직원 9명과 이들에게 광고를 의뢰한 치과의사 김모(56)씨 등 17명을 정보통신망 침해 및 거짓 의료광고 금지 혐의로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이 활용한 수법은 ‘바이럴 마케팅’. 일명 ‘입소문 마케팅’이라 하는 것으로 체험기, 사용후기 등을 통해 자연스레 홍보하는 기법이다.
A사는 병ㆍ의원, 학원, 유치원, 어린이집 등과 계약을 맺고 실제 사용 후기인 것처럼 쓴 게시물을 맘카페에 올렸다. 계약 기간은 3~24개월로 다양했고 계약금은 한 달에 20~30만원 선이었다. 한 아이디로 “신경치료 잘 하는 치과 있으면 알려달라”는 글을 올린 뒤, 다른 아이디로 “지인 추천으로 치료 받은 곳이 있는데, 과잉 진료 없이 잘 하더라”는 답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A사는 다양한 아이디를 구하기 위해 불법 도매상으로부터 800여 아이디를 개당 3,000~6,000원씩 주고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3년 6개월여 동안 올린 게시물은 2만6,000여 개, 수익은 7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글을 올리기에 앞서 ‘요즘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등 일상적인 글을 올려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A사의 실체는 평범한 마케팅 회사인 줄 알고 입사했다가 실체를 알고 퇴사한 전직 직원이 지난해 7월 제보하면서 들통났다. 이 직원은 “숙련된 직원들이 올린 글은 실제 후기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ㆍ의원 이외 업체들은 처벌할 조항이 없어 입건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을 이번 주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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