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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병원도 못 살린 환자… 한국 의료진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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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병원도 못 살린 환자… 한국 의료진이 해냈다

입력
2019.02.25 13:38
수정
2019.02.25 22: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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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 사경 헤매던 40대 남성… 미국 병원이 직접 ‘생체 간 이식’ 요청

18시간 수술 끝 성공 “수술 5000건 넘어 세계 최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미국인 찰스 칼슨(사진 가운데)씨가 지난 22일 병원에서 생일잔치를 열어 준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미국인 찰스 칼슨(사진 가운데)씨가 지난 22일 병원에서 생일잔치를 열어 준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미국 10대 병원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 대학병원에서 간이식을 받지 못해 위독했던 환자가 국내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칼슨(47)씨가 지난해 12월 19일 생체 간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25일 밝혔다.

칼슨 씨는 지난 2011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골수 이형성 증후군 진단까지 받아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소판, 백혈구 등의 혈액세포가 줄어 면역기능 이상, 감염, 출혈과 함께 만성 백혈병까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칼슨 씨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골수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스탠퍼드 대학병원에서 10회 이상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간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돼 치료를 중단했다. 미국 장기이식 네트워크(UNOS)의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간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아 생명이 위독해졌다.

칼슨 씨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 간이식밖에 없었지만 미국 현지 간이식센터들은 생체 간이식수술 경험이 적어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술을 꺼렸다. 수술 후 자칫 사소한 수술 합병증이 발생하기만 해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칼슨 씨를 치료하던 스탠퍼드 대학병원 의료진이 서울아산병원에 환자 치료를 부탁했다. 칼슨 씨는 스탠퍼드 대학병원으로부터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이 5,000건이 넘는 세계 최다 생체 간이식수술을 기록했고, 한국의 간 이식 1년 생존율도 97%에 달해 미국의 89%보다 우수하다는 설명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칼슨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부인인 헤이디 칼슨(47)씨의 간을 기증받아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간경화로 인한 잦은 복막염으로 유착이 심해 수술을 마치기까지 무려 18시간이 걸렸다. 혈소판 16팩, 혈액 20팩 등 엄청난 양의 수혈도 이뤄졌다.

수술 직후 칼슨 씨는 이식 받은 간 기능 회복이 더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고비를 넘기고 2월 중순부터 일반병실에서 회복하다 25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생체 간 이식을 통해 간 기능이 회복된 칼슨 씨는 미국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 대한 항암 치료를 재개할 예정이다. 칼슨 씨는 “나와 가족들이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미국 10대 병원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 대학병원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인정해주고 환자를 믿고 맡겼다는 사실이 상당히 고무적이며, 앞으로도 생체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전세계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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