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에 있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1,344개의 지역 농협ㆍ수협ㆍ산림조합장을 뽑는다. 조합장은 4년간 조합을 대표하며 업무 집행권, 직원 임면권뿐만 아니라 금융대출과 생산물 판매에 대한 최종결정권자인 만큼 지역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조합장선거는 단위조합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했다. 그런데 4억을 쓰면 낙선하고 5억을 쓰면 당선된다는 ‘4당5락’, 매수한 조합원을 투표소까지 실어나른다는 ‘경운기 선거’, 이 밖에도 ‘돈 선거’, ‘깜깜이 선거’ 등 조합장선거를 가리키는 여러 오명들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2005년부터 의무적 위탁 관리를 실시했고, 2015년부터는 선거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전국에서 동시에 일제히 실시하게 되었다.
선관위의 위탁 관리 이래, 불법과 혼탁으로 점철된 조합장선거가 과거보다는 많이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4년전 1회 선거에서 선거인 불법 매수 및 기부행위 조치건수가 349건으로 전체 위법행위 조치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여전히 금품수수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와 다르게 조합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후보자와 조합원은 혈연ㆍ지연ㆍ학연으로 두터운 친분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만큼 기부행위가 은밀하게 진행이 될 수 밖에 없고 조합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법행위는 사실상 신고ㆍ제보가 없는 이상 알기가 어렵다. 거기에 금품수수를 당연시 여기는 관행, 돈을 주고받는게 환원사업의 연장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범죄의식이 희박하다.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과 당선만 되면 별다른 견제없이 지역경제권을 쥘 수 있는 시스템은 후보자에게 금품살포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든다.
‘돈 선거’를 뿌리 뽑으려면 후보자가 더 이상 ‘돈으로 표를 살 수 없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한다. 조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사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막강한 권한에 따른 책임질 자세가 돼 있는지 자정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조합원은 표를 얻기 위한 금품은 받지도, 요구하지도 말자. 공명선거 의지를 가지고 오직 정책만을 따져 투표를 해야한다. 조합의 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그 공약을 실천할 능력이 있는 자에게 한 표를 행사해야한다. 후보자가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즉시 선관위에 신고를 해야한다. 선거범죄 신고에 따른 포상금은 최고 3억원으로 조합장선거처럼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선거에서는 특히, 내부의 신고ㆍ제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선관위는 금품제공사범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할 것이다. 이장ㆍ영농회장ㆍ부녀회장 등 여론주도층으로 ‘조합선거 지킴이’를 운영하여 신고ㆍ제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하여 금품제공사범을 특별관리할 계획이다. 단속활동에서도 특화된 조사기법을 활용하여 금품제공 사범을 엄중히 조치함으로써 공직선거 못지않은 공정선거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임성규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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