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교감 안 된다 생각… 붓글로 말해”
올해 데뷔 40년을 맞은 가수 정태춘(65)씨가 “대중과 교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10년간 작곡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음악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해온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싱어송라이터로 평가 받는다. 부인 박은옥씨와 부부 듀엣으로 활동해왔다. 최근 10년 만에 새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냈다.
정태춘씨는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기타 연주를 하며 ‘북한강에서’, ‘5ㆍ18’ 등 자신의 곡들을 청취자들에게 선사했다. 거의 20년 만의 방송 출연이다.
그는 “10년 넘게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며 “(이제 대중과) 교감이 많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악은 곧 세상에 건네는 자신의 얘기라고 여겼던 그에게 곡을 만들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진행자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누구나 자기 말을 하고 세상을 산다. 내 노래도 마찬가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동안 대중과 공감이 되면서 내 노래도 불렸는데 내가 좀 원리, 원칙적인 쪽으로 근본주의 적인 쪽으로 생각이 변화했다”며 “정치적인 상상력이나, 사상적인 것들이 외골수로, 또 근본주의적으로 흘러가면서 (대중과 멀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앨범 두 장을 냈을 때 피드백이 다음 앨범을 또 낼 수 있을 만큼 오지 않는다면 내 이야기가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한동안 놓은 그는 천자문 쓰기, ‘붓글’(캘리그래피), 사진, 가죽공예 같은 걸 취미로 삼았다. 소품을 빼고 가죽공예로 만든 가방만 20여 개에 이른다.
한때 손뼈에 무리가 갈 정도로 한자 쓰기에 푹 빠지기도 했다. “한자를 쓰다가 ‘아, 이건 한시로 가는 길이구나’하고 달라붙어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붓글을 쓰게 된 것도 펜보다 손에 무리가 덜한 붓을 잡게 되면서다. 그는 “정형외과에 치료하러 다니면서 펜을 잡지 못하게 되니까 집에 있던 붓을 잡게 됐다”며 “정통으로 하는 분들은 이게 뭐냐고 할지 모르는데 그냥 10여 년 쓰면서 그냥 내 필체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붓글도 자신의 말을 하는 도구다. 그는 “캘리그래피라고도 말하기도 좀 어려워서 나는 붓글이라고 한다”며 “붓으로 내 이야기를 해 왔고 그 중 30점을 전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붓을 쓰게 되는 동기도 결국은 말”이라며 “내가 할 말이 있으니까 붓을 잡는 것”이라고 음악의 자리에 붓글이 자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가 데뷔 40년. 대중음악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달 발족한 ‘정태춘ㆍ박은옥 데뷔 4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3월부터 11월까지 콘서트, 앨범 발매,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영화사의 제안으로 음악 다큐 영화도 제작된다.
부인 박은옥씨와 함께 서는 데뷔 40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 ‘날자, 오리배’는 4월 13일 제주 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서울, 부산, 전주 등 15개 도시에서 열린다. 서울 공연은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M씨어터)에서다.
정태춘씨는 “주위에 나를 많이 도와주고, 아끼고, 함께해 줬던 사람들이 제안을 하면서 ‘그래, 올해 한 해는 재미있게 놀아 보자’고 마음 먹었다”며 이런 맥락에서 KBS ‘불후의 명곡’과 ‘열린음악회’ 출연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