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배후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엔 주도의 국제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 왔던 두 국가는 북미 관계의 진전과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해제 가능성에 주목하는 한편,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서 극적인 진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24일 2차 북미회담을 예고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에 설정한 제재가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과 나의 만남을 지원했다. 중국이 근처에 대규모 핵무기가 설치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북한이 계속해서 직접 대화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북미대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은 ‘비핵화와 영구평화의 실현으로 향하는 핵심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려는 압력을 받아 왔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동북권역의 경제 발전을 희망하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북한을 옥죄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북 태도가 완화한다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노이를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 베트남 VTV방송, 중국중앙방송(CCTV) 및 봉황방송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비밀로 할 것도 없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 관료들이 우리와 상담하고 있다. 북한 쪽과도 영구 통신망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진실하게 돕는 마음으로 실질적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회담 후 베이징 방문 가능성”
다만 두 국가는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대타협이 나오는 것은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력하고 있지만 무역과 중동 등 다른 의제에서 여전히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 소아스대 중국연구소장은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의 궁극적 목적이기는 하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감에 차 압박을 강화하기를 원친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 진전을 이뤘으며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 역시 중국과 비슷한 입장을 내비쳤다. 베트남 방송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최종 합의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다른 주체와 연결된 만큼 다자간 형태의 합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7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한 ‘러시아-중국 로드맵’을 내세우며 이에 입각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심사라고도 언급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경제 로켓(트럼프)” 등 개발을 당근으로 내세워 미국에 경도되는 상황도 경계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네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이번 하노이행에서도 중국을 통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는 등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갈 때는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복귀하는 길에, 혹은 그 이후에라도 베이징을 방문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오퉁(趙通) 카네기칭화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북중)회담이 북미회담 전후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다시 베이징행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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