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학교수의 연구 윤리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연구 윤리 문제로 인해 대학 학장 후보에서 물러나는가 하면, 한 중국 과학자는 불법적으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면역력을 가진 아이를 출생시켜 국제적으로 논란을 빚었다.
황우석 사태로 우리 줄기세포 연구가 역풍을 맞았듯이 연구 윤리 문제는 교수 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고 대다수 선량한 교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일부 대학교수가 고교생인 자기 아들을 자신의 논문 저자로 올려 대학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 했다.
사실 연구논문 저자 문제와 관련해 제1저자ㆍ교신저자 자격과 역할,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기준 등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렇듯 우리 학계에서 논문 저자로 부정하게 등재해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이익과 연구자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연구 윤리 문제 사이에서 사익의 손을 든 연구자가 적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 연구자도 사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나름의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사람이 여러 선택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을 때 최종적으로 내리는 결정은 뇌와 관련이 있을까?
이 같은 딜레마와 관련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전쟁 중에 많은 사람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중 어린 아이가 갑자기 울자 한 사람이 아이의 입을 막았다.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적군에게 들키면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에 어린 아이의 입을 계속 막아 질식사시키거나, 아이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안쓰러워 손을 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데 더 관심 있나? 2가지 선택사항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하나만 택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적인 상황은 현실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하는 걸 볼 때 뇌의 대뇌피질 하전두엽(inferior frontal cortex)과 두정엽(parietal lobe) 위쪽에서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부위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헤도 그 행동이 습득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때 반응하는 ‘거울상 신경세포(Mirror neuron)’다. 즉, 거울상 신경세포망이 더 많이 활성화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바늘로 자신의 손을 찌르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거울상 신경세포가 더 많이 활성화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고통에 더 공감한다는 사실을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으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거울상 신경세포가 더 활성화되는 사람일수록 위의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질식사하는 행동을 덜하게 된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거울상 신경세포가 활성화돼 남의 아픔을 더 많이 공감하기에 차마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아이를 질식사시키겠다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과 뇌 활성도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공감을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좀 더 신중하고 인지적인 과정이라고 결론지었다. 위 연구를 통해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우리의 가치관과 관련 있으며, 이런 가치관도 사람마다 다른 뇌 활성화 정도와 연관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연구자 특히 지성을 길러내는 대학교수는 설령 개인적 이익과 연구 윤리라는 딜레마를 겪더라도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고 윤리적이며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단순히 연구윤리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제자를 성희롱하거나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교수가 가벼운 징계를 받은 뒤 대학에 계속 남아 있는 한 학생들이 무얼 배울까? 조만간 사회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에 있을 사람을 채용할 때 fMRI 검사를 통해 그 사람의 윤리적 기준이나 도덕적 가치관을 파악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