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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없는 민모자 쓰고... 양희영, 보란 듯 우승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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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없는 민모자 쓰고... 양희영, 보란 듯 우승샷

입력
2019.02.24 19:00
수정
2019.02.24 19: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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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GA 혼다 타일랜드서만 3번째 우승 

양희영이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기업 로고가 새겨지지 않은 모자를 쓴 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촌부리=AP 연합뉴스
양희영이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기업 로고가 새겨지지 않은 모자를 쓴 채 경기를 치르고 있다. 촌부리=AP 연합뉴스

양희영(30)이 기업 로고가 새겨져 있지 않은 ‘민모자’를 쓰고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세 번째 우승이자 통산 4승째다. 시즌 2승을 노린다던 양희영은 이미 자신의 목표 절반을 이루게 됐다.

양희영은 24일(한국시간)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 코스(파72ㆍ6,57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를 이민지와 15언더파 공동 선두로 시작했다. 전반 3번 홀에서 8번홀까지 6개홀 연속 버디를 따낸 양희영은 후반으로 접어들며 버디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호주교포 이민지(23ㆍ하나금융그룹) 등과 막판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지만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 이민지에 한 타 차 앞선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최종라운드 중간 천둥ㆍ번개 등 기상악화로 1시간 가량 경기가 중단됐지만 양희영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집념을 발휘했다. 끝까지 선두를 추격했던 신지은(27ㆍ한화큐셀)은 선두와 5타차로 단독 4위, 지은희(33ㆍ한화큐셀)는 선두와 6타차로 단독 5위에 올랐다.

양희영은 이번 시즌부터 자신에게 가장 많은 금액을 후원하는 메인스폰서 로고가 노출돼야 할 모자 앞면 중앙을 온전히 비워둔 채 대회에 나서고 있다. 이는 새로운 메인스폰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골프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견기업 PNS창호가 지난해까지 3년간 양희영을 후원했지만, 올해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기간 양희영을 담당했던 매니지먼트사와도 올해부터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패션유통업체 슈페리어의 ‘SGF 67’등이 양희영을 계속 후원하고 있음에도 메인스폰서 광고 위치를 비워둔 건 사실상 ‘새 메인스폰서 모집’을 의미한다는 게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들 얘기다. 이는 양희영이 자신의 가치를 낮춰가면서까지 메인스폰서 노출 자리를 내주지 않겠단 뜻으로도 풀이된다. 양희영은 LPGA 선수가운데서도 메인스폰서 후원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선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실제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던 지난 2015년에도 그의 모자 중앙엔 어떠한 로고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정상급 선수들에겐 흔하지 않은 일이라곤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국내 선수 가운데 톱클래스로 평가 받는 전인지(25ㆍKB금융그룹)도 불과 재작년까지 민모자를 쓰고 투어를 치렀다. 지난 2016년으로 하이트진로와 계약이 끝난 뒤 전인지는 “메인스폰서는 결혼만큼이나 중요한 결정”이라면서 2017년 한 시즌 동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그 해 톱10에 10차례 진입하는 꾸준한 성적을 올린 전인지는 이듬해부터 KB금융그룹의 모자를 쓰고 더 밝은 미소로 갤러리들과 마주했다.

이달 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며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인사한 ‘낚시꾼 골퍼’ 최호성(46)도 이 대회 연습라운드에서 민모자를 착용했다.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는 일본 매니저가 운영한 회사로 알려진 ‘메가(MEGA)’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했지만 이 때만큼은 메가 로고를 뺐다. 다만 개막 후부턴 대회 초청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대회장인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를 치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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