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이 ‘국빈 방문’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공식 방문’ 형식으로 이뤄지게 됐다. 김 위원장의 주된 방문 목적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예우 수준을 국빈 방문 급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외교부는 23일 페이스북과 공식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 베트남을 공식 우호 방문(official friendly visit)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정상이 55년 만에 베트남을 찾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의전 등급상 가장 높은 국빈 방문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한 단계 낮은 공식 방문으로 정한 것이다.
외교부 의전담당자에 따르면 한 국가의 정상이 공식 초청한 경우에는 국빈 방문이나 공식 방문 형식을 취하고, 그 외의 경우 실무 방문 또는 사적 방문 형식을 취한다. 이번 김 위원장 방문의 경우 ‘공식 우호 방문’이라고 ‘우호’를 추가한 점이 이례적인데, 이는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빈 방문 대신 공식 방문으로 하게 된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방문 목적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ㆍ베트남 양국 관계를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닌 만큼, 예포 발사나 공식 환영식 등 국빈 방문에 수반되는 부대 일정을 최소화하고 북미 간 회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북미 양국을 초청하면서 한쪽만 국빈으로 하거나, 양쪽을 모두 국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비록 김 위원장 방문이 공식 방문으로 발표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숙소 등 예우 수준을 국빈 방문 급에 맞출 전망이다.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현지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공식 우호 방문과 국빈 방문은 같은 레벨”이라며 “베트남과 북한이 명칭을 그렇게 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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