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항공 수송기 어제 착륙, 검은 양복 차림 100여명 포착
차량검색대 설치ㆍ화단 정비 등 시내 곳곳 막바지 준비작업 한창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베트남 하노이에는 경호 인력, 물자 등을 실은 양국 수송기가 속속 도착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미 정상의 예상 동선을 따라 각종 공사가 진행되는 등 베트남 정부의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VN익스프레스, 징(Zing)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산 다목적 수송기 ‘일루신(IL)-76’은 24일 오전 9시 2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북한 인공기와 함께 ‘고려항공’, ‘P-914’ 등 글자가 새겨진 비행기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각종 물자 이동을 위해 이용됐다.
수송기에서 내린 검은 양복 차림의 남성 100여명은 곧장 멜리아 호텔로 이동,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와 주요 시설물을 경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검은색 SUV 차량도 베트남 경찰차를 앞세워 공항을 빠져 나왔다.
미국 경호진도 전날 하노이에 도착했다. 베트남 언론들은 미국 비밀 요원 200여명이 주일 미군기지에서 이륙한 군용기 4대를 나눠 타고 하노이에 입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동선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 사실상 확정된 JW메리어트 호텔 앞에선 ‘비스트(Beastㆍ야수)’라고 불리는 미 대통령 전용 차량 ‘캐딜락 원’도 목격됐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의 최종 목적지로 거론되는 베트남ㆍ중국 접경지역 랑선성의 동당역에서는 보수ㆍ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승강장 선로에 목적이 불분명한 ‘발판’이 설치된 것을 두고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의 하차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역사 주변에 배치된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의 취재를 불허하고 일반인의 역사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
하노이 시내도 정비가 한창이다. 노이바이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도로에서는 화단 정비로 추정되는 작업이 진행됐고, 도심에서는 인부들이 차량 검색대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북한과 미국 대사관 앞에는 주말임에도 불구, 경비 인력이 추가로 배치됐다.
‘평화의 장소’로 거듭난다는 기대감도 곳곳에 반영됐다. 시내 곳곳에서는 나뭇잎을 물고 있는 비둘기 그림, ‘DPRK(북한)-USA(미국)’ 등이 새겨진 현수막과 표지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시민들은 북미 국기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달리며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했다. 상점들도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와 같은 기념품을 판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전세계 각지에서 모여들 취재진을 위해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ㆍ소련 우호노동문화궁전’ 내에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도 23일 개소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등 주요 관계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현장 점검을 나서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500여명의 취재진이 하노이에 집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공식 운영될 IMC 내에는 한국 프레스센터(KPC)도 별도로 설치됐다.
하노이=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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