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콜롬비아와도 정치ㆍ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친(親)정부 집회에서 “인내심이 고갈됐다. 우리는 콜롬비아 영토가 베네수엘라 공격에 사용되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콜롬비아 파시스트 정부와 모든 정치ㆍ외교 관계를 끊기로 했다”며 “베네수엘라에 주재하는 콜롬비아 대사관과 영사관 직원들은 24시간 이내에 우리나라를 떠나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콜롬비아는 조만간 자국 외교관들을 철수시킬 것이라면서 그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카를로스 올메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교부 장관은 “우리는 권력 강탈자인 마두로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이도가 우리 외교관들의 체류를 허용했지만, 그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최대한 빨리 귀국시킬 것”이라며 “우리 외교관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발생할 경우, 콜롬비아는 마두로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원한 원조의 베네수엘라 반입을 추진하고 있는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콜롬비아가 돕고 있는 데 대한 보복이다. 친미 성향 우파정권이 집권 중인 콜롬비아는 과이도 의장이 ‘불법 대선’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달 23일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자 즉각 그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콜롬비아는 미국이 제공한 원조 물품을 베네수엘라 국경도시 쿠쿠타에 저장하도록 허용, 마두로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오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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