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닮은 배우들이 하노이에 먼저 도착해 분위기를 띄웠다. 지난해 6월 열린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를 찾았던 중국계 호주 국적의 대역 배우 하워드 X와 캐나다인 러셀 화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두 정상의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코스프레’ 한 이들은 22일 회담장으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악수 등 포즈를 취하면서 실제 정상인 것처럼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화이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을 돕고 싶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 흉내를 낸 하워드 X는 “이 사람이 내 모든 핵미사일을 못 본 척하고, 모든 제재를 풀길 희망한다”며 농담을 던졌다.
하워드 X는 이미 김 위원장 대역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작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장에 이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를 찾아 인기를 끈 바 있다.
이들이 한 차례 ‘공연’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양지차. 하워드 X는 김 위원장처럼 머리를 손질하는 등 꾸미는 데 세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화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얼굴을 태닝한 것처럼만 분장하면 돼 2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워드 X는 홍콩에서 태어난 뒤 호주에서 자라 한때 음악가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는 김 위원장 대역배우로 뛰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으로 분장, 1회 출연에 최소 3,500달러(393만원)를 받는다고 한다. 1회 최고 출연료 기록은 1만5,000달러.
하워드 X가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 흉내를 낼 때 그의 파트너는 이번과 다른 배우 데니스 앨런이다.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 코스프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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