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라오스는 여자 야구 열풍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쓴 라오스 야구의 감동 스토리가 여자 야구 붐을 일으켰습니다.”
‘졌잘사’. 지난해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라오스 국가 대표팀의 활약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2패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라오스인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안겼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이후 3개 학교 학생들이 직접 센터로 찾아와 야구 선수로 등록했고, 여자팀의 경우 6개월 만에 선수가 40여명이나 늘었다. 이전까지는 야구 선수가 남녀를 합쳐서 80여명이었다.
제인내(43) 라오J브라더스 대표에 따르면 여자들이 야구를 꺼리는 이유는 라오스의 미의 기준과 관련이 깊다. 라오스인들은 하얀 피부를 미인의 첫째 조건으로 생각한다. 모자를 쓰긴 해도 땡볕 아래서 훈련하는 야구는 기피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제 대표는 “SNS 등을 통해 전해진 남자국가대표팀의 감동 스토리 덕분에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 선수들이 대거 영입됐다”면서 “여자 선수들이 라오스 야구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선수들도 새로운 각오로 훈련에 임하는 분위기다. 야간 훈련 강도가 부쩍 높아졌다. 라오스 국가 대표팀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유이(20)는 최근 들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격투 종목을 동시에 했지만 야구에 올인하기로 했다. 그는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을 받았다. 야구의 매력을 재발견했다”면서 “야구팀의 선배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후배들을 이끌어 라오스 여자 야구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유이는 남녀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예의가 바르기로도 유명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저녁에 반드시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하는 문자를 남긴다.
새로운 멤버가 대폭 늘어서 적응에 문제가 있을 법도 하지만 3년차 꿍(20) 선수는 “걱정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구는 처음 온 선수들도 기존의 선수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라오스 여자 야구가 선수들끼리 서로서로를 격려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해나가면 그보다 아름다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야구 선수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송따이(18)다. 그는 라오스 여자 국가 대표팀에서 ‘라오스의 이도류’ 통한다. 오타니 선수처럼 투타 양면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송따이는 “오타니처럼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의 당면 목표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참가다. 제인내 대표는 “올해 열리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라오스 어느 스포츠 선수나 팀이든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재정적인 난관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면서 “라오스 여자 야구팀이 한국에서 남자팀 못잖은 감동 스토리를 쓸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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