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 곡 ‘스위밍 풀’ 주목 가수 죠지

“음악 잘 듣고 있어요.” 그룹 2AM 멤버인 임슬옹은 2년 전 무명이나 다름없던 신인 가수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냈다. 곡에 반해 그의 음악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였다. 기타리스트 이상순은 지난해 12월 이 신인을 ‘2019년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로 꼽아 무대(SKT 창작 지원 공연)에 세웠다. 임슬옹과 이상순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죠지(본명 이동민ㆍ26). 2016년 데뷔한 그는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리듬앤블루스(R&B) 가수다. 자신만의 문화 찾기를 즐기는 ‘힙스터’ 사이에서 죠지는 감각적 음악으로 입소문을 제법 탔다.
죠지의 음악은 미국 유명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다. 모던한 외피에 숨겨진 텅 빈 고독감. 곡 구성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의 노래엔 아련함과 쓸쓸함이 짙다. 새벽녘 안개처럼 퍼지는 죠지의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부린 마법이다.
죠지의 가사엔 불안과 도피가 깊게 뿌리 내렸다. 죠지는 ‘스위밍 풀’에서 “번져가는 것 같아, 흐려지는 것 같아”라고 노래한다. 곡에서 그는 투명 인간처럼 사라지려 한다. 또 다른 노래 ‘플라이’에선 현실을 벗어난다.
음악을 하는 ‘88만원 세대’로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곡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죠지는 고향인 대구를 떠나 6년 전부터 홀로 서울에 산다. 최근 서울 연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죠지는 “‘스위밍 풀’을 쓸 때 서울로 올라 와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워 향수병을 앓기도 했다”며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데다 감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창작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은 다른 반작용을 낳기 마련. 희미해지는 존재를 붙잡고 싶어서였을까. 죠지는 데뷔 전 SNS로 일상을 공유하는 ‘죠지 라이프’를 꾸려 구독자 1만 명과 소통했다. 취미는 사진 찍기란다. 그는 “내 흔적을 많이 남기고 싶다”며 웃었다.
죠지는 어릴 적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했다. 미국 가수 니요에 빠져 R&B 가수를 꿈꿨다. 흑인 음악 외길만 걸을 줄 알았던 죠지의 음악 행보가 달라졌다. 지난해 가을 김현철의 1집 수록곡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했다. 1980년대 말 김현철의 음악을 즐긴 중년은 자연스럽게 추억에 젖었고, 요즘 ‘시티팝’ 열풍을 주도하는 20~30대는 더욱 죠지에 빠졌다. 시티팝은 청량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국내에서 1980~1990년대 인기를 끈 음악 스타일이다.
죠지는 지난 21일 1990년대 발라드 풍의 신곡 ‘바라봐줘요’를 냈다.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뉴트로(New-tro)’ 물결에 푹 빠진 눈치다. “‘오랜만에’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 옛 음악 스타일에 새삼 빠져 1990년대풍 발라드곡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 존 레논의 ‘러브’에 꽂혀 있다”는 죠지는 7월 공개를 목표로 정규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든 가수로 남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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