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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된 새터민들 “교사ㆍ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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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된 새터민들 “교사ㆍ기자가 되고 싶어요”

입력
2019.02.23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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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 졸업식… 이대ㆍ명지전문대 등 합격자 배출

[저작권 한국일보]22일 서울 오류동 열방샘교회에서 열린 제2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새터민 졸업생들이 졸업장과 꽃다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2일 서울 오류동 열방샘교회에서 열린 제2회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새터민 졸업생들이 졸업장과 꽃다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한호 기자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 지 걱정부터 돼요. 그래도 오랫동안 교사를 꿈꿔온 만큼 이화여대에서 교직이수를 하거나 내년에 교대 입학에 재도전하고 싶어요.”

22일 서울 오류동 열방샘교회에서 열린 남북사랑학교 제2회 졸업식에서 만난 이지연(23ㆍ가명)씨의 소망이다. 이씨는 8년 전 북한을 탈출, 중국을 거쳐 지난해 1월 한국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그가 지난 1년간 제일 애쓴 것은 한국 적응이 아니라 고졸 검정고시였다. 북한에서 못 이룬 ‘교사의 꿈’을 남한에서 이루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고향 북한 양강도에선 꽤 똑똑한 학생이었다. 고등중학교 전교 1등도 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남한 학생들도 입학하기 어렵다는 이대 중어중문과 신입생이 됐다. 탈북 후 중국에서 독학으로 익힌 중국어 실력이 이씨의 합격 비결이다.

이날 이씨와 함께 남북사랑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은 학생은 모두 5명. 이중 가정을 꾸린 1명의 새터민을 제외하곤 4명이 수도권 내 대학과 전문대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비영리민간단체인 남북사랑학교는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탈북청소년들을 위해 초ㆍ중ㆍ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지원하고, 대학ㆍ전문대 입학을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첫해 졸업식에서도 4명의 졸업생이 대학 진학에 성공했다.

김명학(30ㆍ가명)씨도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19학번 새내기’가 됐다. 김씨는 원래 북한에서도 영상학도였다. 양강공업대 정보통신학과 3학년이었지만 북한 정부의 과도한 인터넷 검열에 지쳐갔다. 그는 “대학 때부터 영상이나 사진을 잘 다뤘는데, 검열 때문에 외국 영상이나 사진에 좀처럼 접근할 수 없었다”며 “독일 베를린에서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생각으로 탈출했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합격 비결은 ‘양강도 방송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반영한 자기소개서’다. 그의 전문성을 눈여겨본 대학 세 곳에서 합격 통지를 보냈다. 졸업 후 사진기자나 영상기자가 되는 게 김씨의 목표다.

새터민의 학업은 쉽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10.8%에 달했던 탈북청소년들의 초ㆍ중ㆍ고 학업중단율은 2017년 2.0%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탈북에 따른 학업공백, 생계 유지 등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학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게 새터민들의 실정이다. 심양섭 남북사랑학교 교장은 “남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탈북청소년들에게도 공부는 ‘전쟁’”이라며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새터민들도 생활고 때문에 끊임없이 학업 유예나 중단 유혹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이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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